유명환(柳明桓) 신임 주일대사는 28일 "현재 한일간에는 민감한 문제가 많다. 싸울 때는 싸우면서도 질그릇이 깨지지 않는 방법을 찾아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도쿄(東京)에서 주일 특파원들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장 교과서 문제나 위안부 문제, 역사왜곡 문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나 독도 문제 등 현안이 산적했다"며 "이들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잘 다뤄나가느냐가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유 대사는 "한일간에는 불행한 역사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한번 더 생각하며 (이들 문제를) 다뤄 나가겠다"며 "부부관계도 그렇지만 싸울 때는 싸워도 한편으론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율배반적 측면을 안고 있는 만큼 (대사로서) 싸우면서도 질그릇이 깨지지 않는 방법을 찾아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대사는 "(한일관계가) 마치 지뢰밭을 걷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한국의 주요 우방이다. 경제개발이나 안보 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 및 강화가 주일대사의 임무다"라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겸허한 자세로 일본을 새로 생각하고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몇년간 한일관계가 비록 정치적 긴장이 계속됐지만 민간관계는 진전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방문자 수도 올해는 역전돼 일본을 찾는 한국인 수가 더 많아진다"며 "이는 양국이 나날이 가까워진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양국간 정치적 관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유 대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납치 문제 등 대북 정책과 관련, 납치 문제 해결이 북핵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피력하면서 "납치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일이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 대사는 지난 76년부터 3년간 3등 서기관으로 일본 대사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유 대사는 "당시는 김대중(金大中) 납치사건 등 어려운 일이 많았다"며 "당시에도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가깝고도 비슷하지만 먼 나라라는 것을 마음 속에 두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choinal@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