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덮기 위해 우리가 빨리 죽어 없어지기 만을 기다리는 일본 정부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지요. 200살까지 살아 일본 총리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을 꼭 보고 싶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www.hermuseum.go.kr) 확대 개편 시연회가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주최로 16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1명, 나눔의 집 등 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 일선 학교 역사 교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e-역사관 개편 내용 설명, 피해 할머니의 삶을 담은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시연, 애니메이션 내레이션을 맡은 이금희 아나운서에 대한 감사패 증정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지난달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한 이용수(80) 할머니가 축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17세에 대만으로 강제로 끌려가 2년 동안 일본군의 참혹한 성노예 노릇을 했던 이용수 할머니는 "자꾸 우리에게 위안부라고 하는데, 이는 아주 듣기 싫은 이야기"라며 말을 시작했다.
그는 "이 말은 우리가 일본군을 즐겁게 하려고 자발적으로 일본군을 쫓아갔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면서 "나만해도 어느날 새벽에 자다가 끌려갔다. 반드시 '강제'라는 말을 붙여달라"고 주문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어 "일본 정부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우리가 빨리 죽어 없어지기만을 바라는데 어림도 없다"면서 "200살까지라도 살아 반드시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낼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할머니는 "대만에 끌려가는 배에서 나를 포함해 단 5명의 여자가 일본 해군 300명을 상대했다"고 몸서리를 치며 "이런데도 어떻게 일본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의 존재를 부인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할머니들이 아직 살아있을 때 증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한국 국회에서 우리를 불러 증언을 들을 생각을 왜 하지 않는지 답답하다"며 이 문제에 대한 국회 차원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나눔의 집에 살고 있는 강일출(79) 할머니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 "그 외할아버지가 우리를 강제로 끌고간 장본인인데 어떻게 손자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아베 총리의 외조부는 전후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로 A급 전범 용의자였다.
역시 지난달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던 김군자(81) 할머니는 "나를 포함해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한 달에 2-3번은 입원을 할 만큼 몸이 안좋다"고 말하고 "요양원이 필요한 데 돈이 없어 못짓고 있다"면서 정부와 국민의 지원을 당부했다.
할머니들은 또한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오찬 자리에서 국가로부터 월 78만원씩 받고 있는 지원금을 100만원 이상으로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장하진 장관은 인사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은 단순히 여성과 가족의 문제가 아닌 인류 평화 차원의 문제"라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 의회의 7번째 결의안이 제출됐는데 올해는 어느 때보다 채택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정부도 할머니들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연합뉴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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