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41년 지기(知己)인 `코트의 카리스마'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과 `코트의 제갈공명'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9일 서울 중립경기 맞대결이 끝난 뒤 표정이 사뭇 달랐다.
승장 김호철 감독은 3-1 승리에 환한 표정이었고 정규리그 1위 희망을 살릴 수 있었던 5라운드 맞대결에서 패한 신치용 감독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던 것.
그도 그럴 것이 현대는 이날 승리로 정규리그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다. 반면 삼성은 현대와 똑같이 17승으로 승률에서 앞선 1위를 지켰음에도 선두 수성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특히 현대가 5연승 휘파람을 불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삼성은 현대전 2연패를 포함해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의 부진을 겪으며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장신군단' 현대호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 통합챔피언에 오르며 최강 전력을 과시했음에도 2006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주도했던 국가대표 7명이 시즌 초반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현대는 지난 해 12월24일 삼성과 시즌 개막전에서 2-3 패배를 당했고 2라운드 맞대결에서도 1-3으로 지는 등 초반 6경기에서 3승3패로 5할 승률에 그쳤다.
이어 1월27일 한국전력전까지 파죽의 8연승을 달렸으나 다음 날 삼성과 3라운드 맞대결에서 0-3 완패를 당하고 설상가상으로 2월4일 대한항공전에서는 7년 만에 첫 패배(0-3)를 안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현대는 김 감독의 예언(?) 처럼 4라운드 이후 팀이 안정을 찾고 있다.
불안했던 주전 세터 권영민이 자신감을 찾은 데다 지난 여름 비치발리볼대회 참가로 팀 합류가 늦었던 용병 숀 루니가 수직강타를 뿜으며 제 컨디션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조연 신세였던 레프트 송인석과 오른쪽 날개를 책임지는 `캐넌 서버' 박철우도 물 오른 기량을 뽐내며 전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는 3연패를 안겼던 삼성을 상대로 지난 11일 2-3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더니 이날 5라운드 대결에서도 높이의 우위를 앞세워 3-1 낙승을 거뒀다. 삼성전 3연패 뒤 2연승의 기분 좋은 상승세다.
김 감독은 "삼성을 상대로 거둔 2연승은 기분 좋다. 대한항공에 0-3 패배로 자극받은 선수들의 의욕이 살아났고 삼성전 승리 때 벤치로 불려 나왔던 세터 권영민이 솔선수범하면서 집중력이 높아졌다. 삼성은 수비와 조직력이 강한 팀이다. 챔피언결정전 만큼은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와 달리 신치용 감독은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30대가 대부분인 주전 선수들이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페이스가 크게 떨어지고 있어서다.
12연승을 달리다 지난 10일과 11일 LIG와 현대에 잇따라 덜미를 잡혀 2000년 슈퍼리그 이후 7년 만의 2연패를 경험했다. 급기야 이날 라이벌 대결 패배로 최근 현대전 2연패에 빠졌다.
신 감독은 "나이 든 선수들이 많아 경기 후반 힘이 빠지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최근 팀이 하락세이고 현대와 마지막 6라운드를 남겨둬 정규리그 우승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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