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인수 보류 결정 소식을 듣고 해외 전지훈련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으로 떠나는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 분위기는 무거웠다.
현대는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투수 18명과 포수 4명, 코칭스태프 4명 등 26명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설렘과 기대를 안고 해외전훈에 나서기 마련이지만 출국 수속을 밟는 선수들의 얼굴을 그리 밝지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뒤 1년 총 5억원에 옵션을 채우면 2년 연장이 보장되는 `1+2년 계약'을 한 투수 김수경(28)과 연봉이 20% 삭감된 3억1천80만원에 재계약한 베테랑 투수 정민태(37)도 구단 매각 보류 결정 소식에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하이닉스가 매각 방침을 선언하고 이미 현대 계열사들의 자금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농협마저 인수를 보류해 올 시즌 구단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
투수코치에서 사령탑으로 승격된 김시진(49)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선수단의 침체한 분위기를 다 잡는데 신경을 썼다.
김 감독은 "어젯밤 저녁식사를 하다 농협이 구단 인수를 보류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전지훈련을 떠나는 마당에 어떻게 하겠는가. 선수들이 흔들리는 것 같아 너무 그 문제에 마음쓰지 않도록 당부했다. 일단 훈련만 열심히 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투수조 출국에는 재계약이 불발된 마무리 투수 조용준은 제외됐다.
김 감독은 "어깨 수술을 받았던 용준이가 아직 몸이 100%까지 올라오지 않았는데 전지훈련 대상에서 빠져 아쉽다. 올 시즌 박준수와 조용준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새로 들어온 용병들도 기량을 살펴본 뒤 전체적인 시즌 운영 계획을 짜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는 내야수 이숭용과 외야수 전준호, 포수 김동수 등 총 9명이 아직 재계약하지 못했고 김 감독은 25일 야수그룹과 함께 출국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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