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역을 달구고 있는 리얼리티쇼 통제에 나설 계획을 밝히자 학계와 업계에서 반발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영국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이런 방침은 시청자들의 인기에 편승해 리얼리티쇼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면서 프로그램 질 저하라는 문제가 심각해 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005년 후난(湖南) 위성 TV의 여성 신인가수 선발 리얼리티 쇼 '차오지뉘성(超級女聲)'이 대히트를 친 이후 현재 중국내에서 방영되는 리얼리티쇼 프로그램은 500편에 달한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각 방송이 프라임타임대에 콘테스트 쇼를 방영하고 있다. 외국의 인기 프로그램은 중국에서 모방돼 방송된다"며 "전문가들은 방송들이 유사한 프로그램에 의존하는데 대해 비판적이며 일부의 경우 내용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신화통신은 "많은 시청자들은 일부 출연진이 신체 노출에만 매달린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영 CCTV는 지난해 12월 저속한 프로그램을 철폐하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유명인의 사생활 보도를 금지한 바 있다.
방송 분야를 담당하는 광파전시전영총국(SARFT) 왕타이화 사무총장은 지난 주말 열린 방송.영화산업 대표자 회의에서 "너무 많은 리얼리티 쇼가 브라운관을 점령하고 있다. 상당수는 질이 낮다. 정부는 오락 프로그램 감독을 강화하고 프로그램 질을 유지하기 위해 리얼리티 쇼의 숫자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프로그램 디자인 가이드라인 제공 ▲방송 전 프로그램 검열 ▲방송 모니터 등의 감시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않다. 일부 학자와 미디어 애널리스트들은 정부가 아닌 시장이 TV의 내용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영화산업대표자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리얼리티 쇼를 성공적이고 수익성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위궈밍 인민대 저널리즘.통신대 부학장은 "시장경제에서는 법과 도덕적 잣대에 어긋나지 않는 한 이런 종류의 실험적 시도를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이우 베이징대 교수도 "리얼리티쇼는 일반인들의 참여정신을 북돋운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검열이 별 성과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교통대의 먀오디 교수는 "미디어를 통제하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근거한 시장 통제 정책은 시청자들의 높아지는 취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이는 리얼리티 쇼가 이익이 많이 나는데다 시청자들 사이에 인기가 아주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미디어는 4대산업에 꼽힌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광고시장은 10년새 20배 성장했다. 2003년의 광고시장 규모는 1천억위안(약 12조원)에 달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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