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탁구로 건강을 지키고 즐거워하는 걸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성동구 용답동에서 세종탁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진구(49)씨와 동갑내기 아내 김광옥씨는 매일 낮 1시부터 5시까지 탁구장을 노인들에게 특별히 개방한다.
1천원만 내고 마음대로 탁구를 칠 수 있도록 했다. 시작한 지 한 달 밖에 안됐는데 입소문이 나 서울 노인복지센터와 인근 광진.중랑구 노인복지관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탁구장은 하루 10∼30여 노인들이 또닥거리는 '핑퐁'소리가 요란하다.
탁구장 주인 최씨가 상대가 돼 주고 자세를 바로잡아 주는 것 말고도 특별한 게 있다. 아늑한 분위기의 40평 남짓 탁구장에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음악이 흐른다. 또 최씨가 디스크자키(DJ)로 깜짝 변신해 맛깔스런 이야기 보따리도 풀기도 한다.
`길거리 탁구'의 처음 시작한 그가 노인 탁구 전도사로 나선 건 자신이 라켓을 잡게 된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한때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1983년 친구들과 장인이 운영하던 종로구 종로 1가 탁구장을 찾았다 아내를 만났고 과로와 음주 탓에 몸이 상했지만 탁구로 건강을 되찾았다.
장인이 세상을 뜨고 1996년 방송일을 접으면서 자연스럽게 탁구장 운영을 시작했고 1999년부터 종로타워 앞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대회를 여는 길거리 탁구를 시작했다.
비올 때나 혹한기를 제외하고는 매 주말 대회를 열었고 연말에는 최고수를 가리는 왕중왕 대회까지 개최했다. 대회 운영에 필요한 4천여만원의 예산은 상당 부분 사비로 충당해야 했다.
노인복지관 탁구 강사를 계기로 2002년부터 어르신 탁구대회를 병행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길거리.노인 탁구대회에 출전한 인원은 1만여명에 육박하고 경기를 지켜본 관중까지 포함하면 20만명에 이른다.
탁구장에서 노인들을 위한 특별한 시간을 배려한 것도 노인 탁구 활성화 목표의 연장이다.
최고령 할머니 윤정순(80)씨는 "탁구를 치다 보면 나이도 잊고 많은 사람을 만나 젊어지는 기분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 다니는데 탁구장에 오는 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최진구씨는 "어르신들이 삶은 고구마와 부침개 등을 가져오시기도 해 탁구장은 정이 넘친다. 앞으로 북한 평양 대동강 변에서 길거리 탁구대회를 열어보는 게 작은 꿈"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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