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이에서 서로를 지칭하는 용어의 상당수가 여성 비하적인 의미를 내포하
고 있다면서 이를 성평등한 호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운동이 진행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 사이트(http://hoho.womenlink.or.kr)
를 통해 벌이고 있는 '호락호락' 캠페인이 그것.
민우회는 가족 관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의 기원을 설명하며 관습적인
호칭 속에 우리가 잘 몰랐던 여성 비하적이고, 성 차별적인 뜻이 도사리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가령 '며느리'는 기생(奇生)한다는 뜻의 '며늘'과 '아이'가 합쳐진 말로 '내
아들에 딸려 더부살이로 기생하는 존재'라는 의미이니 철저한 남존여비 사상에서 기
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빠의 아내를 지칭하는 '올케'는 '오라비의 겨집(계집의 옛말)'에서 유래한 호
칭으로 역시 여필종부의 문화를 반영한다.
또 결혼한 여자가 남편의 여동생이나 남동생을 부를 때 사용하는 '아가씨'와 '
도련님' 역시 과거 종이 상전을 높여 부르던 호칭으로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
민우회측 설명이다.
결혼한 지 얼마 안된 새댁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네티즌은 캠페인 사이트에 "
결혼을 둘러싼 호칭이 그렇게 불평등한 지 결혼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면서 대표
적인 성차별적인 호칭으로 아가씨, 도련님을 꼽았다.
그는 신랑에게 "내 동생들에게도 '도련님', '아가씨' 하고 존댓말을 쓰라고 하
면 아마 까무라칠 것"이라면서 "관습이라는 이유로 여자만 불합리한 호칭을 쓰는 것
은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은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린 신랑의 형수를 '형님'으로 부르며 높임
말을 해야하고, 그 '형님'은 나에게 반말을 쓰고 있다"고 소개하며 이런 호칭이 가
족 관계를 더 멀어지게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며느리는 내 아들의 아내 000'식으로 서양처럼 호칭 대신 이
름을 강조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민우회 관계자는 2일 "이번 캠페인은 관습적으로 사용해온 가족과 친인척간 호
칭에 얽힌 경험담을 털어놓고 성차별적 호칭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
면서 "여성을 비하하고 고정된 성역할을 강요하는 호칭에서 벗어나 대안적 호칭으로
평등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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