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상 SKT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사옥에서 고객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를 열고 ”관계당국과 함께 사고원인 분석, 피해 파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 CEO를 비롯해 이종훈 인프라전략본부장, 홍승태 고객가치혁신실장, 배병찬 MNO AT본부장, 윤재웅 마케팅전략본부장 등 주요 임원은 고개를 숙여 이용자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건국 이래 IT 기업 최대의 참사라 할 상황에서 SKT를 움직이는 진짜 실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2022년에 재벌 총수로선 이례적으로 SKT 회장으로 취임한 최태원, 그리고 SKT의 모든 대외협력과 법무를 맡은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이 그 장본인들이다.
공대 출신 유영상 대표는 국회에 출석하여, 고객이 타 이통사로 전환 시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문제에 대해 “사내에서 법률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결국 최민희 과방위원장 등은 ”실세가 아니라 답변 못하니, 최태원 회장을 부르겠다“고 결정했다. 최태원 역시 그룹 총수로서가 아니라 현직 SKT 최고 의사결정자인 회장 자격으로, 알아서 대국민 사죄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에 출석했어야 한다. 또한 법무를 관할하는 정재헌 대외협력 대표도 나왔어야 했다. SKT 고객정보 유출 사태에서 실세들인 최태원과 정재헌이 뒤에 숨어있는 셈이다.
정재헌은 우리법연구회 판사 출신으로 문재인표 사법부 장악의 사실상 ‘전위대’로 활약한 인물이다. 정재헌은 문재인 정부의 ‘판사 블랙리스트’ 파동에 앞장섰다. 그는 문 정부 출범 이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 위원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 신분이었다.
이후 2019년 정재헌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로 자리를 옮겨, 태블릿PC 항소심(2018노4088)을 맡았다. 법원은 그동안 변호인들의 태블릿 정밀감정 요구를 틀어막으며 실사용자를 규명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데 성공하는 듯했다.
상황은 변호인단이 태블릿의 2012년 요금납부 내역을 사실조회 신청하면서 급반전됐다. 검찰은 태블릿 통신 요금과 관련 ‘법인카드 자동이체’를 주장하고 있었다.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은 태블릿을 개통만 했을 뿐, 이후 ㈜마레이컴퍼니가 법인카드 자동이체로 요금을 납부했다. 이는 김한수가 태블릿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알리바이였다.
그러던 중 SKT는 2020년 1월 20일 태블릿PC 요금납부 내역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SKT와 별도로 변호인단은 ㈜마레이컴퍼니 법인카드사인 하나카드에도 사실조회를 요청했는데 그 결과 역시 이날 함께 받아볼 수 있었다.
이들 사실조회 확인 결과, 2012년 요금납부자는 검찰의 주장과 달리 김한수 개인이었다. 하나카드는 ㈜마레이컴퍼니의 법인카드로는 자동이체가 된 적이 없다고 회신했다. 태블릿의 실사용자가 김한수로 확정된 순간이었다. 동시에 검찰이 증거제출한 SKT 신규계약서도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이렇게 SKT의 태블릿 계약서 위조 이슈가 재판에서 최대 쟁점이 될 시기인 2020년 2월 정기인사 시즌에 옷을 벗고 퇴임한 정재헌 판사는 SKT의 법무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업계에 따르면, SKT는 그해 4월 6일 법무2그룹을 신설하고 그룹장에 정 부사장을 앉혔다.
판사가 퇴임 직전 다루던 사건의 관계사로 이직하는 것은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처신으로 지탄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에 해당하는 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이다. 정 부사장은 이직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였으므로 이에 해당하진 않는다. 그러나 직급을 떠나, 정 부사장이 퇴임 전 담당하던 사건의 핵심 관계사 임원으로 간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정재헌이 SKT로 옮겨간 이후부터, 대한민국 법원은 철저하게 SKT 편에 서서 이들의 증거조작 범죄를 은폐하는데 협력했다. 일단 정재헌이 있던 태블릿PC 항소심 재판부는 정재헌의 이직 이후부터 SKT의 계약서 위조 관련 추가 증거 요청을 무작정 거부했다. 이 때문에 계약서 위조를 확정할 하나카드의 자료를 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하나카드의 자료 보존 기간 5년이 지나고 나서야 사실조회를 신청, 하나카드로부터 “자료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본인이 계약서 위조 건으로 SKT에 2억원 손배소송을 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는, SKT가 추가로 제출한 샘플계약서마저 김한수 필체로 위조한 증거가 드러나자 일방적으로 재판을 중지시켰다. 해당 재판은 무려 3년째 열리지 않고 있다. 그 기간 동안 본인은 5차례나 공판을 열어달라 요청해왔다.
본인은 SKT와 공모하여 계약서를 위조한 김한수에 대한 손배소송을 서울수원지방법원에 제기했다. 1심에서 김한수는 그 어떤 반박도 하지 못했으나, 박소영 판사는 계약서 위조에 대한 판단 자체를 하지 않고 무작정 김한수의 손을 들어주었다. 항소심을 맡은 제6민사부 진세리 판사 등도 이와 똑같은 행태를 보여, 기피신청을 해놓을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수원지방법원장은 박근혜 국정농단 1심에서 계약서 위조 당사자인 김한수의 거짓말을 그대로 인용하여 판결을 내린 김세윤이다.
더 놀라운 것은 명백하게 계약서 위조가 확인되었음에도 SKT는 자신있게 본인을 종로경찰서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서부지검은 이 사건을 기소했다는 사실이다. 경찰과 검찰은 본인이 제출한 필적감정 등 계약서 위조의 증거에 대해선 언급도 없이, 오직 SKT가 불러준 대로 "SKT가 위조가 아니라면 아닌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대한민국 법원, 검찰, 경찰이 모두 SKT 앞에서 엎드려 저들의 증거조작 범죄를 은폐해주는 과정에서 SKT 법무 대외협력 대표 정재헌의 역할이 없겠는가.
상식적으로 현재 SKT 고객정보 유출 관련 고객 피해에 대한 답을 해야할 담당자는 법무 대외협력 대표 정재헌이다. 그러나 정재헌의 이름은 아예 나오지 않고 있다. 정재헌은 4월 17일에 AI 관련 기사로 보도된 뒤, 해킹이 발견된 다음날 18일부터 일체 기사에 이름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SKT는 정재헌의 이름을 감춰준 채, 정재헌이 고객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대한민국 경찰, 검찰, 법원 등에 마음껏 로비를 하도록 풀어준 것이 아닐까. 벌써부터 고객들이 SKT에 집단소송을 해봐야 법원이 SKT 편에 설 것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과방위는 최태원 회장을 5월 8일에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최태원과 함께 정재헌도 반드시 증인으로 불러내야 할 것이다.
또한 본인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정재헌을 중심으로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 수원지방법원장 김세윤 법원장, 박소영 1심 판사, 진세리 2심 판사 등이 조직적으로 SKT의 범죄를 은폐해주는 상황과 관련해서 직권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