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칼럼] 종편 변신에 면죄부 주는 보수의 무관심

TV조선의 대변신을 보면서

“종편은 문을 닫는 게 답이다”, “보면 혈압이 올라 안 본다” 이런 이야기들은 종합편성채널(종편) 관련 기사 댓글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야당 지지성향의 사람들 뿐 아니라 여당 지지층이나 보수성향으로 보이는 네티즌들이 이런류의 댓글을 달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주변에서 만나는 보수시청자들도 종종 이런 불만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종편은 일종의 집토끼라고 볼 수 있는 보수시청자 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보수적 논조를 강화하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안타깝게도 종편을 변화시키는 것은 뉴스가 마음에 안 들면 안 보면 그만이라는 시청자들의 취향이 아닌 것 같다. 그것보다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압박과 정치논리가 종편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의 TV조선의 변신이다. TV조선은 출범이후 뚜렷한 보수적 논조로 보수 성향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예전 <돌아온 저격수다>와 같은 프로그램에선 강성우파들이 진행자와 패널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할 정도였다.

그랬던 TV조선이 어느 샌가 논조가 약화되면서 TV조선만의 색깔이 빠지더니 최근엔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기존에 보였던 논조에서 좌클릭해 중도 내지는 이른바 진보까지 포용이 가능한 전격적인 변화로 보인다. 대표적 장수프로그램이자 간판 시사프로그램이었던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논란이 거셌던 진행자를 하차시켰고, 그나마 후임 진행자로 프로그램 명맥을 이어가다 아예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특히 장성민의 시사탱크의 경우, 진행자를 비롯해 패널들의 친노 패권주의 비판이 많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친노친문세력이 주류인 더불어민주당의 집중 감시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작년, 방송심의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11월에만 100여건의 민원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장성민씨를 비롯해 패널들이 야당 인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거나 폄훼성 발언이라는 이유였다. 명분은 이랬지만 야당과 야권 언론단체는 진행자나 패널들이 친노를 비판할 때마다 걸핏하면 종편에 시비를 거는 모양새였다. 오죽하면 방통심의위가 야당을 비롯한 야권성향 언론단체들이 제기하는 ‘민원처리 전담반’의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TV조선의 변신, “종편을 끊임없이 괴롭히자”는 야권의 전략이 통했다

야권 언론운동진영의 모 인사는 종편 관련 한 토론회에서 “끝없이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되는 발언을 공개하며 감시와 비판의 기록을 축적해야 한다. 저널리즘을 위해 종편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방법밖에 없다”며 종편 공략의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끝없는 민원제기로 인한 각종 제재와 비판공세에 시달리다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논조까지 큰 방향에서 틀고 있는 TV조선의 사례가 야권의 전략성공을 보여준 셈이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과 김유정 전 국민의당 의원이 진행하는 <이것이 정치다>란 프로그램을 최근 선보인 TV조선은 6월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진성준, 표창원 등 더민주 소속 야당 의원들이 각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확 달라진 TV조선의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TV조선은 막말논란으로 유명한 김용민 시사평론가와 종편 저격수 최민희 의원에게도 출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의 변신은 최근 야3당의 공영방송 관련 토론회에서 “공영방송이 정권 시녀방송으로 전락했다”며 야권과 똑같은 목소리로 비판하는 현실에 이르렀다.

TV조선의 이런 변신에는 야권의 노력이 거의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단체 민언련 등이 모니터링을 통해 TV조선 프로그램, 뉴스, 패널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이어왔고, 야당에선 최민희 의원 등 언론분야 의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또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종편 문제에서도 목소리를 냈고, 미디어오늘 등이 관련 보도를 통해 이를 보도하면서 이슈화에 나섰다. 방통심의위 등 기구에서는 야권 추천 인사들이 이런 문제제기를 심의결과로 이어지도록 힘을 보탰다. 야권은 또한 기회가 될 때마다 토론회 등을 개최해 논의를 심화해 나갔다.

좋게 평가하자면, 보수적인 종편 논조를 바꾸기 위해 야권 전체가 언론탄압으로 보일 정도로 단합된 노력을 해온 것이다. TV조선의 변화 계기에 4.13 총선 결과의 영향이 없었다고 볼 수 없겠지만, 언론문제에 대한 야권의 이런 작업들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이에 반해 새누리당이나 여권의 시민단체들은 이런 문제엔 둔감하다.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대표적인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에 언론에 관해서는 왜 관심을 보이지 않느냐고 물어도 시큰둥한 게 현실이다.

보수들이 그냥 ‘짜증난다’, ‘보기 싫다’만 가지고는 언론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 보수들이 종편이 달라졌다고 화를 낼 때 진보는 종편을 바꾸기 위해 더 행동한다. 예를 들어, JTBC 뉴스룸이 대놓고 편파방송해도 보수가 ‘안 보면 그만’이란 태도로 외면해서는 뉴스룸의 변화는 조금도 이끌어 낼 수 없다. TV조선의 변화? 혹은 변신을 TV조선에게만 물을 수 없는 건 그래서다.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