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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지카 바이러스’ 선동한 JTBC 뉴스룸, 그게 최선입니까?

지례짐작한 성급한 보도로 반미정서 자극한 뉴스룸

JTBC 뉴스룸이 지난 11일 방송에서 주한미군이 서울 용산 기지에서 지카 바이러스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 것이 논란에 휩싸였다.

[단독 <주한미군, 서울 복판 기지서 '지카 실험' 추진>] 제목의 리포트에서 여성 앵커는 “주한미군이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 내 실험실에서 지카 바이러스 실험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라며 “지난해 주한미군 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되면서 큰 우려와 충격을 줬는데, 이번엔 전 세계적으로 공포의 대상인 지카 바이러스를 실험하기로 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그리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닌데요.”라며 서두를 시작했고, 이어 취재 기자의 관련 소식이 이어졌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숲모기에 물려 생기는 감염성 질환으로,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파되지 않는다. 대부분(80%)은 무증상이지만 모기에 물린지 2일~14일의 잠복기를 지나 갑작스럽게 발열과 두통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경미하게 진행돼 대부분 7일 이내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신 중 감염될 경우 신생아 소두증 등 치명적인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최근 이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논란이 된 건 뉴스룸이 미 육군 산하의 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 홈페이지에 게재된 ‘주피터 프로그램’ 책임자 브레디 레이몬드 박사가 “용산에서 '지카 바이러스' 관련 프로그램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인용보도한 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용산 미군기지에서 지카 바이러스 관련 실험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주한미군은 12일 “번역 오류”라며 즉각 반박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미국 정부가 서울에 있는 실험실에서 지카 바이러스 실험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에서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잘못 번역된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ECBC에서 탐지 능력을 개량해 생물학 작용제에 대한 방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미 육군의 노력을 설명하는 글을 게재했다”며 “미군은 어떠한 지카 바이러스 샘플도 대한민국에 반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뉴스룸이 홈페이지 글을 교묘하게 해석해 논란을 부추긴 혐의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뉴스룸이 “용산에서 '지카 바이러스' 관련 프로그램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대목도, 정확한 원문은 ‘지카 바이러스 탐지 역량을 추가하겠다는’ 것이었다.

레이몬드 박사는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용산 기지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탐지할 수 있는 역량을 추가하려 하고 있다(The participants in the project are already looking to add a Zika virus detection capability in Yongsan)"고 말했다.



뉴스룸은 주한미군과 일부 언론이 이렇게 지적하자 이튿날인 12일 추가보도에서 “지카 바이러스 샘플 없이 탐지 능력을 어떻게 향상 시키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며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그러면서 “(연구를 위해선) 양성 시료를 꼭 필요로 합니다. 이 양성 시료라는 건 지카 바이러스의 유전자일 수도 있고, 불활성화시킨 배양액일 수도 있는데….”라고 말한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백순영 교수의 발언을 전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를 탐지할 수 있는 역량을 추가한다는 것과 지카 바이러스 관련 실험을 하겠다는 것은 다른 의미이다. 전문가들도 지카 바이러스 탐지 역량을 추가한다는 것이 꼭 지카 바이러스로 실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언론을 통해 밝히고 있다.

또한 뉴스룸이 직접 보도한 백순영 교수의 발언에서도 레이몬드 교수의 발언을 가지고 ‘미군이 서울 한 복판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실험한다’고 단정해 보도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피터 프로그램은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과 함께 진행하는 생물학전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이런 사실에다 JTBC의 보도까지 얹어져 큰 파장을 낳았다. 특히 앵커가 탄저균까지 언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포의 대상인 지카 바이러스”라는 수식어를 덧붙인 대목은 공포감을 최대로 키운 효과를 낳았다.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없는 시청자가 보도만 보면, 주한미군이 탄저균과 같은 위험한 바이러스 실험을 서울 한 복판에서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충분했다. JTBC 보도는 마치 사람이 칼을 든 모습을 보고 ‘살인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례짐작에 추궁부터 한 꼴 아닐까? 뉴스룸의 보도는 성급해도 너무 성급했고, 지나친 비약이었다.

뉴스룸의 이 같은 보도는 노컷뉴스, 민중의소리, 경향신문, YTN, 뷰스앤뉴스 등 많은 매체들이 인용보도 했고, 좌파단체인 한국진보연대는 이를 근거로 “탄저균 반입이 드러났던 초기에도 "한 번 뿐이다"라며 미군이 거짓말을 한 점을 미뤄볼 때 이번 해명은 믿기 어렵다”며 “주한 미군은 지카 바이러스 실험 추진과 관련한 일체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뉴스룸의 무책임한 보도가 반미정서를 자극해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뉴스룸 보도를 근거로 “주한미군이 서울 한복판에서 실험을 하는 건 한미동맹을 깨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 정치권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뉴스룸의 이 같은 보도에 한 시청자는 뼈있는 지적을 담은 장문의 댓글을 남겨 소개한다. 뉴스룸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챙긴 것일까? 아니면 선동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무엇을 위한 보도인지 무척 의문스럽습니다. 전공자가 아니기에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없으나 상식을 가지고 기사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백순영 교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양성시료는 꼭 필요하나 그것은 유전자 정보일지 불활성화 시킨 배양액일지 모른다고 하셨는데요. 두 가지 모두 전염성이 없는 것 아닙니까? 용어 정의부터 혼동을 가져오는 측면이 있는데요. 대체 기자가 얘기하는 주한미군이 하려 한다는 것이 진단입니까? 실험입니까?”

“기자가 인용한 원문에는 분명히 Detection이라는 표현이 있어 검출로 해석되고 검체에서의 검출은 즉 진단을 위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설사 전염성이 있는 생바이러스를 가져왔다 칩시다. 다수의 사람에게 전염을 어떻게 시킬 수 있나요? 모기도 함께 키워서 서울하늘에 날릴까요? 주사기로 찌르고 다닐까요? 그것도 아니면 미군 스스로 감염이 되어 성관계를 하고 다닐까요? 기자 한 명의 과대망상적 피해의식 때문에 우리 모든 시민이 공포심을 느끼고 사는 것이 옳은 일인지 묻고 싶네요. 미군이 무슨 악마도 아니고 한국민을 대상으로생체 실험하는 집단으로 보이게 하는 이런 기사는 무슨 의도인가요? 탄저균 때와는 사뭇 다른 대처이다는 말을 기자도 했는데 당연한 거 아닙니까? 탄저균 테러에서와 같이 흡입하면 발병까지 이어질 수 있는 탄저균과 직접 피가 섞여야 하는 지카 바이러스하고 같나요? 생물무기로 사용되는 탄저균과 아직 소두증과 관련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고 주로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자연발생적인 질병인 지카바이러스는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나요? JTBC가 현 정권의 실정을 타 언론사와는 다른 시각으로 보도한다 하여 좋은 언론으로 생각해 왔었는데 이 기사를 보고 나서는 결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겠네요. 부디 잘못된 부분이 있지는 않나 다시 한 번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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