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출신 새누리당 대표 격인 유준상 고문과 오랫만에 전화통화를 했다.대구 전국대회 행사 때문에 서울과 대구를 매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고 했다.
그 분은 DJ가 한참 날릴때, 아마도 평민당 시절쯤 일게다. 대선을 치를 때 1년 365일중 300일을 DJ와 함께 차 뒷자리에 동승해 같이 다녔다. 대선을 총괄했던 그야말로 DJ 측근 중의 측근이었다.
그런 그가 당시 50대 초반에 민주당 최고위원은 물론이고 4선 의원으로 너무 잘 나가자, 당내 시기질투 세력들의 무고에 의해 DJ에 팽 당해, YS의 한나라당으로 넘어온 게 DJ가 정권을 잡기 직전이었다.
그러니까 아마도 10여년도 훨씬 넘었다. 지금 대선국면으로 따지면 이미 15년전에 DJ와 YS를 오가며,이른바 ‘국민대통합’을 몸소 실천한 게다.
그리고 난 뒤 무려 15년 동안 이른바 ‘집토끼’로 지내며 서울 광진구에서 재기를 노리며 출마했지만, 'DJ배신자' 라는 딱지 때문에 번번이 낙선했다.
나이도 있고 해서 2005년 경 한누리당 상임고문으로 눌러 앉았다. 하지만 한나라당 중앙당 상임고문과 서울시당 고문을 거치는 동안에도 그는 옛 동료인 민주당 인사들과의 '교분의 끈' 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DJ뜻을 받들어 박정희 복원사업을 총괄한 민주당 권노갑 고문과는 둘도 없는 관계로, 정치적 관계를 떠나 인간적인 인연으로 맺어졌다.
실제로 2007년경 유 고문은 DJ와 화해를 위해 DJ가 호남행 열차를 탄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울역에서 미리 기다렸다가 특실에 일부러 동승했다.
당시 그 열차 특실에는 DJ와, 안주섭 전 경호실장, 박지원 그리고 이희호 여사가 좌석을 마주한 채 앉아 있었다.
당시 유 고문은 본인이 저술한 책을 DJ에게 직접 건네며 "각하, 제가 지은 박사학위 책입니다"라며 말하며, 건강을 여쭙고 잠시 인사말을 나눈 적이 있었다. 나는 이 모든 광경을 바로 옆 자리에서 그대로 지켜봤다.
유 고문은 그 만남이 "DJ와 헤어진 이후 아마도 10여년만의 처음 만남이다"고 했다.
당시 열차에서 유 고문을 누구보다 반가워 했던 이는 다름아닌 이희호 여사 였다. 유 고문은 이 여사의 막내아들인 홍걸을 고대 재학시절에 잘 챙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날 유 고문은 DJ의 행선지인 전남도 방문행사와 뒷날까지 이어진 행사에 모두 동행해 DJ와 극적인 화해를 했다.당시 유 고문은 DJ는 물론, DJ 비서출신 박준영 전남지사와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뒤 유 고문은 2006년부터 시작한 마라톤을 통해 여지껏 건강관리를 해왔고 수많은 마라톤 행사에 참여해 젊은이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앞을 보고 달렸다.
그는 항상 내게 말하기를 "내 인생의 마라톤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고, 기자인 내가 그를 취재할때면, 이 문구를 기사에 자주 인용했다.
2007년 대선때 친구인 MB당선을 위해 호남을 누볐다.
대선 당시 아침 6시에 기상해 밤늦게까지, 호남 주요도시 구석구석을 돌기도 했고 호남 성우회와 불교계 등에 공을 들였다.
당시 나는 이 모든 상황을 동행취재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호남인들도 물론 이 모든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호남인들은 유준상이가 친구인 MB 덕을 볼 거라고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별다른 혜택은 없었다. MB정부가 호남 인사를 중용하지 않은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2009년경에 다시 인라인롤러연맹을 맡고 난 뒤 체육계에 거의 올인하다시피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다보니 전국의 체육계 인사들과 교분를 갖고 대한체육회장도 출마했다 물론 결과는 낙선했다.
올해는 국민생활체육회장에 출마할 정도로 전국적인 체육계에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물론 올초 치러진 선거 역시 박근혜 후보의 측근인사인 유정복 의원의 '친박 위세'에 눌려 낙선하긴 했지만 비교적 선방했다.
그와중에 생활스포츠 분야에서 국내 네트워크를 확보했고 수없이 수년간 처러진 인라인 경기대회에 참가해 참가자들에게 일일이 메달을 달아주었다.
지난해에는 세계 40여개국이 참가한 인라인여수세계대회도 치렀다. 덕분에 나도 대회 참가자들의 목에 메달을 달아줄 기회를 갖기도 했다.
2009년부터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도 역임하며 IT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데 주력했다. IT인사들과 교분을 쌓고 IT에 능숙한 20대~30대들과 소통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지난 3일부터 시작해 경인 아라뱃길서 부산 낙동강까지 무려 633 Km를 다시 달리고 있다. 70이 넘으신 분이 말이다. 왜 달리냐고 했더니, 국민통합과 통일을 위해서 달린다고 했다.
내가 이 글을 적은 이유는 간단하다.
15년 된 집토끼를 놔두고서 별 영양가 없는 산토끼를 잡으려다 결국 망신을 산 박근혜 후보의 잘못된 인사 때문이다.
대통합을 위한다면, 이미 십여년간 당을 위해 헌신하고 영호남을 아우르며 대통합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인사가 엄연히 집안에 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정치쇄신특위의 반발도 이해된다. 이번 '대통합위원장직'에 대해선 다시한번 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리있는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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