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예언론사에서 이른바 개혁적 연예저널리즘의 역사는 존재하는가. 이효리 신드롬이 불었던 2003년도, 그리고 2004년도까지 연예언론계의 앙팡 테러블이라 불렸던 브레이크뉴스 대중문화팀이 연예계와 연예언론 개혁을 위한 전위대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당시 브레이크뉴스 대중문화팀은 현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 이문원 편집장, 현 스포츠월드 김용호 기자,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현재는 개인사업을 하는 이정훈 기자 등 5명으로 구성되었고, 연예계에 수많은 핫이슈를 생산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2003년 9월, 한겨레신문에서는 공개된 지면을 통해 개혁적 연예저널리즘에 관한 논쟁이 벌어졌다. 현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가 당시 한겨레신문 비평위원 자격으로 한겨레의 탤런트 유민 인터뷰를 한겨레 지면을 통해 비판했다. 비판의 핵심은 한겨레의 연예 기사가 일반 스포츠지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과연 한겨레의 시각으로 바라본 유민은 어떤 모습일까 안타깝게도 한겨레 지면에서 본 유민은 여타 ‘연예 저널리즘’ 속의 유민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유민의 언어, 유민의 연기관, 유민의 남성상 등등 기획사차원에서 관리하는 모범 정답만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한겨레 지면에서도 스포츠지처럼 편안히 볼 수 있는 기사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논의의 여지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스타를 다루는 연예 저널리즘을 그렇게 안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 연예 저널리즘이야말로 수백만명의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권력이다.
이 권력을 그대로 스포츠지에 넘겨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개혁매체인 한겨레가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가 정치 저널리즘, 경제 저널리즘 이상으로 스포츠저널리즘과 연예 저널리즘도 중요하다“
한겨레신문과의 논쟁 통해 개혁적 저널리즘의 방향 설정
이에 대해 기사 작성자인 한겨레신문 김도형 기자는 이례적으로 한겨레신문의 지면을 통해 ‘빗나간 지적, 허술한 비평’이란 제목으로 반박했다. 이 당시 김도형 기자의 반박성 비판글은 한겨레신문이 섭외한 비평위원의 글에 대해 해당 기자가 지면을 통해 직접 반박했다는 점에서 한겨레신문 내외에서 논란이 되었다.
“변씨의 비평은 ‘한겨레만의 차별성이 보이는 연예기사란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던져준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사실 한겨레신문사 내부의 일각에서도 다른면도 딱딱하고 무거운데 방송연예면도 너무 무거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방송담당 기자로서 나의 고민은 항상 연예인 인터뷰나 프로그램 리뷰나 항상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쓰는 것이다. 가볍고 속도감 있게 읽히면서도 다른 신문과도 무언가 다른 것을 독자가 느낄 수 있다면 대만족인데 그게 참 어렵다”
이에 대해 변대표도 즉각 한겨레지면을 재반박했다.
“내가 볼 때는 이 기사를 반드시 이슈화하고 대중연예판에서 논쟁을 이끌어보겠다는 진지한 자세가 없는 것 같다. 그냥 골치아픈 기사 좀 쓰다가 예쁜 여자 한번 만나보자는 안일한 자세로 접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자세 때문에 바로 김도형 기자가 마지막에 묻는 가장 구태의연한 질문, 좋아하는 남성상이 있는가,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다. 온갖 스포츠 매체에 다 나오는 유민씨의 남성상을 한겨레에서 뭐 하러 또 물어보는가.
만약 내가 유민씨 인터뷰를 했다면 김도형 기자가 자신있게 물어봤다는 한국과 일본의 대중문화산업의 틈, 나는 다른 것 다 빼고 그 주제 하나만 잡고 집요하게 치고 들어갔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건, 개혁정치하면 한겨레이듯이, 개혁연예하면 한겨레가 떠올라,연예판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 당시 변대표와 한겨레신문과의 논쟁의 핵심은 연예기사는 쉬어가며 읽는 기사이냐, 정치나 경제 저널리즘처럼 치열하게 개혁적 과제를 찾아내어 이슈 파이팅을 해야하는 기사이냐라는 가치관의 충돌이었다. 이러한 언론관은 브레이크뉴스 대중문화팀이 구성되며 실제로 현실에서 실천된다.
신화의 에릭과의 논쟁이 시발점
브레이크뉴스 대중문화팀은 당시 모두 20대였던 5명의 해당 전문기자들이 팀워크를 이루며 연예계의 온갖 문제들을 찾아내며 이슈를 만들었다. 변희재 대표가 미디어어와 스타산업, 이문원 편집국장이 영화, 김용호 기자가 영화 및 연예, 조현우 기자가 음악, 이정훈 기자가 인터넷미디어를 전문으로 당시 급속히 권력화되던 연예산업 및 낡은 연예저널리즘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브레이크뉴스 대중문화팀이 구성된 뒤 처음으로 이슈가 된 사건은 조현우 기자의 신화 7집 비판 기사였다. 조현우 기자는 철저하게 음악적으로 신화 7집을 분석하여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음악성에 관해 질문할 팬들에 대해 타이틀곡 'Brand new' 딱 한곡만 평하겠다. 대중댄스그룹에게 가장 대중성이 있는 노래라는 변명을 하며 이곡에 대해 평하자면, 우선 상당히 곡의 전개가 타이틀곡 스러우면서도 끊임없는 단순반복의 멜로디 하나에 의존하고 있다. 팬들의 평을 잠깐 읽어본 바로도 그저 마지막 부분에 김동완과 신혜성의 내지르기 바이브레이션에 대해선 열광하고 있고, 실제로도 보컬이 상당히 향상되었지만, 부분부분 일부러 랩을 집어넣으려 무리하게 애쓴 나머지 정작 중요한 클라이막스가 전혀 없이 그저 쿵쿵 거리는 신디사이저 드럼소리와 이상한 현악소리만 들릴뿐, 장르의 다변화를 꾀했던 5집보다도 뒤쳐지는 느낌이다. 랩작사라고 앨범자켓에 써 있는 에릭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이 앨범에서 랩은 정말 일부러 넣을려고 애쓴 티만 느껴지는 소모적인 부분이다. 더구나 다른 트랙을 들어보면 이 곡이 전체 앨범성격에 어울리는지도 의문이다. 앨범이라 하면 하나의 큰 대주제를 적어도 가미해야 함일 것인데 트랙들은 오직 따로 노는 것을 반복한다”
이에 대해 신화의 에릭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반박하며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조현우씨의 사상으로 표현하자면, 한국엔 그럴 만한가수가 없어서 안 그럴 뿐이다 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한국에 다른 문화선진국보다 나은 어떤 것이 있는가라고묻고 싶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모방일 수밖에 없어서 아직은 따라가는 수준일 수밖에 없다. 음악방송이 한국의 창조물인가? 알엔비와 힙합이 한국의 창조물인가? 음악비평가라는 직업 역시 태생은 한국이 아니다”
특히 에릭은 “조현우 당신의 삶을 묻고싶다. 그 흔한 칭찬 하나없이 헐뜯는 당신의 글로 인해 당신은 무엇을 얻고 어떤 삶을 사는가? 우릴 비판하고 싶다면 자격부터 갖춰라. 그리고 당신의 글이 단순한 분위기 타서 관심끌기용 글 이아니라면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다면 개인적으로 날 찾아오길 바란다. ps. 신화를 만나기가 그리쉽진않다. 이상” 이렇게 퉁명스럽게 글을 마무리지어 브레이크뉴스 대중문화팀을 자극했다. 이에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변희재 대표가 직접 에릭에 ‘에릭과 이효리는 낡은 언론관을 버려라’라는 글로 반박하고 나섰다.
“에릭은 스캔들 기사의 단골손님이었다. 에릭이 발끈해야하는 기사는 에릭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사들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기사에 대해서는 매우 너그럽다. 반면 섬세하게 신화의 7집을 다 찾아듣고 평가하는 기사에 대해서는 참지를 못한다. 이것은 에릭 개인의 성질이라기 보다는 그간 연예저널리즘이 그런 평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늘 자신들이 음반을 내고 연기를 하면 홍보성 기사만을 접하던 그였기 때문이다. 드라마 <불새>에서의 도저히 봐줄 수 없는 그 형편없는 연기에 대해서도 얼마나 많은 언론들이 예찬을 퍼부어댔던가. 그렇게 연예인들에게 아첨해서 그들의 연애행각에 관한 쓰레기같은 정보나 얻어 써댔던 게 한국의 연예저널리즘의 현실이었다. 에릭은 아직까지 그런 3류 언론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예저널리즘의 개혁을 추구하는 언론은 이효리이든 신화이든 그들을 공적으로 평가할 뿐이다. 그 점에서 오히려 신화와 에릭은 자신들의 스캔들이 아닌 음악에 관심을 가져준 언론에 고마워해야한다. 지금까지 어느 언론이 신화의 음악을 순수하게 음악으로만 다루어준 적이라도 있단 말인가? 또한 최소한 브레이크뉴스와 같은 언론은 에릭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흥미는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만날 일도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
이후 신화의 김동완이 에릭을 응원하는 글을 올리고, 조선닷컴 등 타 매체에서 논쟁을 소개하면서 대중들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신화와 브레이크뉴스 대중문화팀의 논쟁 역시 연예저널리즘의 방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브레이크뉴스팀은 신화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신화를 순수하게 음악적으로 평가하는 기사에 대해 관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오히려 신화가 발끈해야할 것은 스캔들 남발성 기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신화와 이효리는 그 반대로 자신들의 연예활동을 공적으로 평가하는 기사에 반발했고, 오히려 가십성 스캔들 기사에 너그러웠다. 브레이크뉴스팀과 신화와의 논쟁은 바로 연예인들의 언론을 대하는 이중성을 드러내준 셈이다.
안재욱의 촬영현장에서의 월권 논란 제기
이후 브레이크뉴스팀은 ‘오필승 봉순영’ 촬영현장에서 배우 안재욱이 드라마 연출을 좌지우지하는 스타권력의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촬영현장을 방문한 김용호 기자는 안재욱이 배우의 선을 넘어 PD 수준으로 드라마 제작에 개입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안재욱, 어떤 흥행배우의 이유있는 오만’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어느덧 드라마는 PD가 연출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되어버렸다. PD는 단순히 회사에 고용되어서 촬영을 하는 기술자의 역할처럼 전락하고 만 것이 현실이다. 새로 제작되는 드라마는 흥행 스타를 캐스팅하기 위해서만 열을 올리고 그들을 모셔오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과정에서 스타는 계속해서 오만해지고 드라마는 점차 그들의 권력 안으로 종속되어 버린다”
이에 대해 안재욱 측은 물론 안재욱 팬클럽에서 강력히 반발하였다. 그러나 브레이크뉴스팀은 오히려 ‘스타의 이미지와 실체는 다르다’라는 다른 칼럼을 통해 다시 안재욱 측을 비판했다. 특히 김용호 기자는 글 말미에 “여담으로 말하자면 지난 기사에서 안재욱의 작은 키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안재욱 키가 176cm인데 기자는 얼마나 키가 크기에 이보고 작다고 하나?’ 물론 176cm는 대한민국에서 작은 키가 아니다. 그런데 안재욱의 공인된 키 176cm는 그가 만들어 낸 가공의 이미지일 뿐이다. 고백하자면 기자의 키가 176cm이다. 실제의 안재욱은 나에 비해서 한참은 작았다. 이것이 스타의 이미지와 실제 사이의 간극을 설명하는 하나의 재미있는 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대목 때문에 법적 공방까지 이어지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안재욱 측은 이 부분이 신체비하라며 김용호 기자를 고소했던 것이다. 물론 브레이크뉴스 측에서는 “안재욱이 억울하다면 법원에서 키를 재보자”고 응했고, 결국 기소조차 성립되지 않았다.
브레이크뉴스팀과 안재욱과의 충돌은 급속히 권력화되는 연예산업과 언론이 대립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건은 변희재 대표의 ‘기자가 몸팔아서 인터뷰하는 현실’이라는 칼럼이 필화사건으로 번지면 그 절정을 이룬다.
“방송사 PD가 출연을 조건으로 성상납을 요구하던 과거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스포츠신문, 일간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구나 이런 권력의 변화가 너무나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특정 기획사가 스타를 무기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을 독식하고, 심지어 배급사, 극장, 매체까지 인수하여 독점기업으로 팽창하고 있는 게 바로 우리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연예저널리즘은 생존을 위해 스타만을 따라다니면서, 이들과 사실 상의 유착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그러나 연예권력이 연예언론을 종속시켜버리는 시대를 질타한 이 칼럼은 본 의도와 다르게 여기자 비하사건으로 번지면서 그 의미가 퇴색해버렸다.
이 사건 이외에도 브레이크뉴스 연예팀은 김태희의 서울대 이미지 문제, ‘어린신부’의 홍콩 영화 표절 문제, 채민서의 친일 영화 출연에 대한 왜곡보도 비판 등등 수많은 연예 관련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러다 2005년 1월 변희재 대표가 일본에서 윤석호 감독 관련 책을 출판하는 문제로 브레이크뉴스 편집국장을 사임하면서 자연스럽게 팀이 해체되었다.
2005년 팀 해체 이후 미디어워치 통해 재결집
그러면서 연예인X파일 사건 때, 본격적으로 포털의 권력화 문제를 다루며, 브레이크뉴스팀의 멤버들은 연예권력을 넘어 포털권력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현 미디어워치 이문원 편집장은 2005년도부터는 안티포털 사이트 대표로서 미디어오늘 등 친노, 친 포털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김용호 기자는 뉴시스 기자의 신분으로 김태희의 ‘중천’을 비판하며 연예언론이 한국연예인과 한국영화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하여, 영화계로부터 취재거부라는 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브레이크뉴스 대중문화팀은 해체된 이후에도 연예권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예인 매니저 자격증제 관련 ‘공인연예기획자법’을 입법 발의하며 기사 작성에 머물지 않고 정책 문제에까지 뛰어든다.
현재 브레이크뉴스 대중문화팀 중 변희재 대표와 이문원 편집장이 미디어워치를 창간했고, 김용호 기자는 외부필자로 함께 하고 있다. 특히 김용호 기자는 최근 스포츠월드 연예부장 직대로 임명되어, 스포츠지 역사 상 최연소 연예부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이정훈 기자는 사업가로서 실크로드CEO포럼에 합류하여 다시 결합했다.
브레이크뉴스 대중화팀은 실질적으로 2004년 6월부터 12월까지 단 6개월간 활동했다. 그 짧은 활동 기간 중 대부분의 연예산업의 문제점을 다 짚어내었다. 그러나 브레이크뉴스 대중문화팀의 문제의식과 달리 그 이후 연예산업과 포털은 더욱 권력화되고, 연예저널리즘은 최소한의 비판기능마저 상실했다.
브레이크뉴스 대중문화팀의 야전 사령관으로서 현재는 미디어워치 발행인을 맡고 있는 변희재 대표는 “브레이크뉴스 멤버들은 당시 모두 20대로서 겁 없이 덤벼들었던 반면, 현재 20대 연예 기자들은 이런 도전 정신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조만간 미디어워치 방식의 연예영화매체를 만들 것”이라며 브레이크뉴스팀의 앙팡 테러블 정신을 되살릴 것을 시사했다. /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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