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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특별보호구역 지정 절차 개시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남극대륙 서북쪽 끝 사우스셔틀랜드(South Shetland) 군도의 킹조지(King George)섬. 이 섬 남쪽 해안의 바튼(Barton) 반도는 펭귄들의 낙원으로 유명하다.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와 육지의 바위 위를 물고기를 문 채 잔 걸음질 치는 펭귄떼 너머로 남극 답지 않게 푸른 이끼가 넓게 펼쳐져 있고 그 뒤로 이 지역의 매서운 공기 만큼이나 새하얀 하늘이 끝 없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한국의 남극 연구기지인 세종기지에서 남동쪽으로 2㎞ 가량 떨어진 `펭귄마을'의 여름 풍경이다. 정식 명칭은 `나렙스키 포인트'(Narebski Point)이지만 펭귄들이 모여사는 곳이라서 세종기지 대원들은 이곳을 펭귄마을이라고 부른다.
남극 대륙에서 제일 북쪽에 위치해 있어서 다른 곳에 비해서는 비교적 `따뜻한' 편이지만 겨울이 되면 이곳 역시 끝없이 펼쳐진 설원과 빙하로 영락없는 남극의 모습이 된다.
한국에서 비행거리로 2만2천㎞ 떨어져 있고 가는 데에만 3박4일 걸리는 머나먼 곳이지만 이곳의 펭귄들은 이르면 내년 봄부터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다.
환경부가 이 지역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 계획대로라면 내년 봄부터 이 지역의 자연보호를 한국이 책임지게 되는 것이다.
◇ 특별보호구역 지정 위한 공식 절차 `개시' = 1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남극협약 사무국에 펭귄마을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기초조사 연구서'와 `관리계획서'를 제출했다.
특별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첫번째 공식 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환경부는 남위 62도ㆍ서경 58도 지점의 펭귄마을 중 100㏊를 특별보호구역 대상지역으로 제안했다.
한국의 제안은 오는 6월2일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31회 남극협약당사국총회에서 공식 안건 중 하나로 논의된다.
환경부가 작년 1월 국내 언론에 처음 계획을 공개한 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는 그동안 남극 현지에서 지질과 생물상, 식생, 보호가치 등을 평가한 뒤 이를 토대로 관리계획서와 기초조사 연구서를 작성했다.
펭귄마을이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이는 한국이 남극에서 관리하는 첫번째 특별보호구역이 된다. 남극 뿐 아니라 해외의 특정지역을 책임을 지고 보존하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남극대륙의 경우 15개국이 전체 67곳의 특별보호구역 지정과 관리에 나서고 있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88년 기지를 세운 한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소 늦은 편이다.
이번 총회에서 펭귄마을의 특별보호구역 지정이 논의된다고 해서 바로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 `세션간 접촉 모임'(ICG)이 온라인상에서 꾸려지면 이 곳을 통해 1년간 전세계 전문가들의 의견 교환이 이뤄지며 내년 봄 열리는 제32회 남극협약당사국총회에서 최종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 펭귄만 수천마리 서식…이끼류ㆍ조류 풍부 = 극지연구소가 작성한 연구서에 따르면 이 지역은 턱끈펭귄(Chinstrap penguin)만 해도 무려 2천900여마리나 살 정도로 거대 펭귄 서식지다.
다소 난폭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턱끈 펭귄은 흰색 목에 끈을 맨 듯 검은 띠가 귀까지 연결돼 있는 게 특징이다. `돌을 깨는자(stone-cracker)'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바다에서 가까운 곳에서 군집을 이루는 턱끈펭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륙쪽에 모여있는 젠투펭귄(Gentoo Penguin)은 1천7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다.
젠투펭귄은 눈 위에 삼각형의 흰색 반점이 있으며 옆이 주황색인 부리를 가지고 있어 무섭게 생겼지만 겁이 많고 온순한 편이다.
관찰 결과 두 종류 모두 부화된 뒤 1달 가량 어미의 보살핌을 받은 뒤 새끼들끼리 모여 `보육원'을 형성하며 생활하는데 주로 주변의 크릴 새우를 먹고 산다.
이들의 주변에 펭귄 알이나 새끼를 주식으로 이용하는 갈색도둑 갈매기가 분포하고 있었으며 갈색도둑 갈매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지만 같은 먹이를 노리는 남극도둑갈매기는 상대적으로 펭귄 번식지에서는 먼 곳에 살고 있었다.
이외에도 동물 중에는 남방큰재갈매기, 남극제비갈매기, 남방큰풀마갈매기, 칼집부리물떼새 등의 조류가 서식하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포유류 중에서는 해표류와 남극털가죽물개가 살고 있는 것이 파악됐다.
식물 중에서는 남극의 대표적인 식생인 지의류(균류<菌類>와 조류<藻類>가 복합체가 되어 생활하는 식물군) 51종, 선태식물(이끼류 및 우산이끼류) 36종, 대형담수조류(藻類) 1종, 현화식물(꽃을 피워 종자로 번식하는 식물) 1종 등이 발견돼 좁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종의 다양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연구서는 적고 있다.
연구팀을 이끈 극지연구소 안인영 연구원은 "펭귄마을은 생태적인 중요성 뿐 아니라 기암괴석이 많아 경관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높다"며 "특히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남극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동물인 펭귄의 서식지인 까닭에 지구 환경의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자연보호ㆍ국제위상 정립…`2마리 토끼 다 잡는다' = `우리의 영토도 아닌 남극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보호 활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반응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 이 지역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 역시 `우리의 영토가 아닌 곳'이라는 비슷한 상황 파악에서 출발한다.
즉 직접 눈앞의 이익은 없지만 우리 영토가 아닌 인류 공동의 재산에 대해 자연보존활동을 펼치는 것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남극에 기지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미 보호구역을 지정해 적극적인 환경보호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탈리아 같은 몇몇 나라는 기지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특별보호구역 지정해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이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관광객들의 출입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며 보호구역 내에는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할 수 없게 된다.
연구 목적의 방문은 허용되지만 산란기 등 생물의 생태에 중요한 시기에는 이마저도 엄격히 제한되며 허가 없이는 동ㆍ식물의 포획이 전면 금지된다.
특별보호구역 설정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극 제2기지 건설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2011년까지 남극에 2번째 기지를 건설할 계획인데 이 같은 적극적인 자연보존 활동이 추가 기지건설계획에 대한 승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남극협약 당사국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극지연구소 안 연구원은 "남극이 영토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보호구역 지정이 당장의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환경선진국으로서의 이미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환경보전에 대한 헌신적인 모습은 추가 기지 건설 같은 보다 적극적인 남극 연구활동에서도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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