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금년 말 호주 총선을 앞두고 지지도에서 존 하워드 총리를 줄곧 리드하고 있는 케빈 러드 노동당 대표(49)가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을 위해 시드니를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유창한 중국어로 매료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러드 대표가 처음 후 주석의 관심을 끈 것은 지난 6일 호주 경제인들이 참석하는 APEC 오찬장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러드 대표는 후 주석에게 영어로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중국어를 사용하기 시작해 베이징에서 보낸 자신의 외교관 시절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자신의 사랑, 중국과 끈을 맺고 있는 가족사 등을 거침없는 중국어로 설명했다.
호주 국립대학에서 아시아학을 공부한 뒤 7년 동안 외교관 생활을 했던 러드 대표는 특히 베이징 대사관에 근무할 당시 아내와 함께 나누어 가졌던 중국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비롯해 중국인 청년과 결혼한 딸, 상하이 푸단 대학에서 공부한 아들 얘기 등을 가까운 친구에게 하듯 숨김없이 털어놨다.
그는 "80년대에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베이징으로 일하러 갔었다"면서 "아내와 나는 베이징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베이징의 느낌을 사랑하고, 베이징 사람들을 사랑하고, 베이징의 문화를 사랑한다"면서 "그때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어린 딸은 어느 덧 장성해 지난 4월 중국계 호주 청년과 백년가약을 맺었고, 아들은 공부를 하기위해 푸단 대학에 갔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막내아들은 고등학생으로 집에서 숙제도 제대로 하지 않는 말썽꾸러기지만 벌써 중국어 공부는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러드 대표의 유창한 중국어 실력에 반한 후 주석은 7일에는 러드 대표와 30분 동안 만나 중국어로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후 주석은 러드 대표의 중국어 실력에 찬사를 보내면서 호주와 중국 두 나라간 관계발전에 애쓰고 있는 그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는 내년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손님으로 꼭 참석해달라고 초청했다.
러드 대표가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APEC 잔칫상을 차린 존 하워드 총리보다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끌게 되자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은 러드 대표의 중국어 실력을 즉각 폄하하고 나섰다.
같은 시기에 외무부에서 함께 일했던 그는 러드 대표의 중국어 실력이 특별한 게 아니라며 자신은 프랑스어를 단 2개월 만에 완전 정복했으나 러드 대표는 중국어를 배우는 데 2년이나 걸렸다고 꼬집었다.
그는 "외무부에 들어오면 누구나 외국어 코스를 거친다"면서 "나는 프랑스어 코스에 들어가 2개월 만에 프랑스어를 마스터했으나 그는 중국어 반에 들어가 2년 동안이나 중국어와 씨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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