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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석 1주기 다시 타오르는 '산불'

국립극단 '산불' 22일 개막

"차범석 선생님에 대한 우리 마음을 한데 모아 선생님의 생전 마지막 '산불'보다 더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무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임영웅 연출)
한국 리얼리즘 희곡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산불'이 차범석 선생의 1주기를 맞아 다시 활활 타오른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오태석)은 22-2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차범석 선생의 대표작 '산불'을 공연한다.

'산불'은 민족의 비극 6.25 전쟁 당시 소백산맥 자락의 두메산골을 배경으로 한 작품.

이념 갈등과 살육의 소용돌이 속에 남자란 남자는 모두 죽거나 끌려가고, 여자들만 남은 소백산맥 자락의 과부촌에 배고픔과 욕망에 굶주린 한 남자가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심리와 본질을 보여준다.

세밀하게 감정을 쌓아가야 하는 배우와 연출에겐 더 없이 힘든 연극이지만 관객에게는 욕망을 드러내는 은근한 대사와 상황들로 종종 폭소를 선사한다.

국립극단이 '산불'과 만나는 것은 1962년 이진순이 연출한 초연과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공연한 2005년에 이어 이번이 3번째.

이번 공연의 연출은 차 선생과 절친했던 후배이자 2년 전 '산불'의 연출을 맡았던 임영웅씨가 다시 맡는다.
임영웅 연출은 7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제가 선생님의 기일이어서 지인들과 함께 목포에 다녀왔다"면서 "2년 전 공연 때엔 선생님이 생존해 계셔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주셨는데, 1주기 추모 공연을 하려 하니 인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상념에 잠겼다.
"사람이 죽고 나면 오래 전에 살다갔다는 생각이 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분은 어딘가 살아 계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선생님은 후자에요. 어딘가 계시다가 '나 늦었소'하며 뒤늦게 나타날 것 같습니다."
임 연출은 이어 자신이 직접 연출은 해보니 산불이 역시 한국 희곡의 '정점'임을 실감했다고 고백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산불'을 반공극으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서슬퍼런 군사독재 시절 기적처럼 초연할 수 있었겠지요. 저 자신도 산불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연출을 직접 해보니 착각이었음을 알겠더군요."
그는 "'산불'은 작가의 머리와 마음에서 충분한 발효를 거쳐 창작된 치밀한 작품"이라면서 "두 번째 공연인 만큼 완성도를 더 높여 추모 공연에 걸맞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부촌의 이장을 맡고 있는 과부 양씨 역은 생전 차범석 선생이 각별히 아꼈던 탤런트 강부자가 맡았다. 강부자는 드라마로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차 선생과의 인연을 생각해 열 일을 제치고 작품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마을로 내려온 빨치산 규복을 숨겨주고 그와 사랑에 빠지는 과부 점례는 국립극단 배우 곽명화가 연기한다. 2년 전 극중 배역에 대한 중압감으로 연습 도중 실신까지 한 그는 "차 선생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규복은 국립극단 중견배우 이상직이 새로 맡았고, 규복을 놓고 점례와 삼각 관계를 형성하는 사월은 계미경이 각각 맡는다.

욕망에 충실한 사월 역을 다시 보여주게 된 계미경은 "2년 새 결혼을 해 아기를 낳고 보니 사월이라는 인물을 조금은 알 것 같다"면서 "하늘에 계신 차 선생님께 좀 더 밀도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과부 양씨와 사사건건 다투는 과부 최씨 역을 맡은 권복순은 "선생님을 많이 어려워하다가 돌아가시기 2년 전부터 명절에 인사를 하러 갔는데 푸근하게 받아 주셨다"면서 "세배 드리는 마음으로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극단은 내달 21-23일에는 목포 차범석기념관 개관을 기념해 선생의 고향인 목포에서 '산불'을 공연한다.

평일 7시30분(월 쉼), 토 4시ㆍ7시30분, 일 4시. 2만-3만원. ☎02-2280-4115.


(서울=연합뉴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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