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스파이더맨3' 미국영화가 우습게 보이는 이유

<타이타닉>딜레마와 9.11 테러로 무너지는 미국영화


2007년 미국영화가 한국영화 시장을 장악


올해 한국영화계는 2000년대 들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해 70%를 포함하여 최근 5년 연속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던 한국영화가 상반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그 최전방에는 초특급 그래픽으로 중무장된 <스파이더맨3>가 있다. 이외에도 <다이하드4>, <캐러비안의 해적>, <슈렉3> 등등 할리우드 대작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영화계에서는 일찌감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는 끝났다는 말까지 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영화가 전성기를 누린 데에는 할리우드 영화의 침체도 한몫 했다. 할리우드 영화는 97년과 2002년 두 번의 큰 전환점을 맞는다. 97년 제임스카메론의 대작 <타이타닉>의 대성공과 2002년 9.11 테러이다.

미국의 영화평론가 비터바트는 자신의 책 <할리우드 영화 전략>에서 <타이타닉>의 성공은 할리우드 영화계의 재앙이었다고 분석한다. 타이타닉이 전 세계적으로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장인정신 탓에 제작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사실 상 이익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제작 막판에는 전체 제작비 자체를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물량투입을 하여, 나중에는 손익을 정확히 파악하기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타이타닉의 딜레마는 미국의 영화시스템 자체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제임슨 카메룬을 비롯하여,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등 미국 영화는 상업영화라 할지라도 몇몇의 천재들이 이끌어왔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그것이 예술영화이든 상업영화이든 천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천재 감독들은 그 일을 해냈다.

그러나 타이타닉의 딜레마 이후 미국 영화사들은 너도 나도 경영전문가들을 투입하여 철저하게 손익을 관리하게 되었다. 천재의 영감보다는 경영자들의 수익계산법이 할리우드 영화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영화 제작시스템이 관리형으로 바뀐 뒤부터, <타이타닉>과 같은 전 세계적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02년 9.11 테러는 미국 사회 전체의 의식변화를 가져왔다. 이제껏 남의 나라에 가서 남을 도와주는 역할만 생각하던 미국 국민들이 “우리도 얻어맞을 수 있구나”라는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이다. 2002년 이후 제작된 미국 영화에서는 이러한 미국 국민들의 공포심을 잘 반영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이다.

'ET'와 '인디펜던스데이', '우주전쟁'의 차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최대 히트작 와 <우주전쟁>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외계인과의 낮선 만남 속에서 휴머니즘을 추구하던 스필버그가 아무 이유없이 인간을 죽이는 외계인을 소재로 다룬 영화를 만들었다니 믿을 수나 있겠는가? 더 재미있는 점은 1996년 미국 최대 히트작 <인디펜던스 데이>이다. 이 영화에서도 똑같이 외계인의 공습이 시작되지만, 미국인들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전 세계인을 대신해 외계인과 싸운다. 반면 <우주전쟁>에서는 가족끼리 도망가기 바쁘다. 즉 9.11 테러 이후 전 세계의 평화를 지킨다는 미국식 평화주의조차도 대중문화에서 실종된 것이다.

<스파이더맨3>는 현재 한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2>, <타이타닉>이 한국의 극장가를 휩쓸던 시절보다는 그 영향력이 미미하다. 그래픽은 더 발전했지만 보편적 세계인을 감동시킬 만한 미국식 휴머니즘, 혹은 평화주의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3>의 주인공들도 <우주전쟁>의 주인공들처럼 개인적 관계로 인해 행동한다. <람보>나 <다이하드>와 같이 미국의 전통적 영웅주의와는 많이 빗나갔다.

상반기 최대 히트작이 될 뻔한 <300>도 300만 고지를 넘어서지 못했다. <스파이더맨3>도 아무리 잘나가도 <괴물>이나 <왕의 남자>는커녕 <친구>의 기록도 넘어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것도 한국영화의 기대작들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스크린수도 사상 최대인 무려 816개를 장악했다.

97년 타이타닉 딜레마, 2002년 9.11 테러를 거치면서 미국영화는 분명히 세계적으로 퇴조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영화의 힘을 두려워할 게 아니다. 문제는 한국영화이다. 한국영화계 내에서 배급관행, 연예기획사의 횡포 등등 너무나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고, 이것이 한국영화계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도 미국영화가 한국영화를 다 잡아먹는다며 양치기 늑대 소년 이야기를 해대는 영화 전문가들이 영화계의 주류이다.

대체 미국 영화의 뭐가 왜 그리 두렵단 말인가? 지금으로서 미국 영화가 내세울 것은 컴퓨터 그래픽 하나 뿐이다. 미국영화의 공포감을 조장할 시간에 한국영화계에서 시급히 무엇을 고쳐야 되는지 논의하는 게 훨씬 나은 방법이다.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