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일 일본 헌법제정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이례적으로 담화를 발표하며 임기중 헌법개정 추진 의사를 재차 천명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자민당내에서는 환경권이나 사생활보호권 등 논란 소지가 적은 내용을 헌법 개정에 반영한 뒤 일본의 무력사용 포기를 담은 9조는 여론 추이에 따라 추후 시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야당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반발하는 등 정면대결로 치닫고 있다.
◇ 개헌 언제 가능할까 = 자민당과 공명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절차를 정한 국민투표법안은 이미 지난달 13일 중의원을 통과했다. 여당은 이달중에 참의원 의결을 거쳐 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국회는 법안에 따라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열리게 될 임시국회에서 중의원과 참의원에 별도의 헌법심사회를 설치해야 한다. 심사회는 헌법개정의 필요성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다만 법안은 공포후 3년간은 개헌안 발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달 국민투표법안이 확정된다고 해도 각 당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는 것은 빨라야 2010년 5월에나 가능하다.
개헌안 발의를 위한 요건도 까다롭다. 발의를 위해서는 중.참의원 정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2009년 중의원 선거, 2010년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지만 현재의 자민당 지지도를 볼 때 이변이 없는 한 독자적으로 3분의 2 이상 의석 확보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정치권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개헌안 발의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자민당 일각에서 2단계 개헌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한계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베 총리가 매달리고 있는 임기내 개헌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2009년 9월말이다. 이 기간에는 개헌안 발의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결국 아베 총리가 임기내 개헌을 언급하는 것은 총재 재선을 전제로 한 발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재선될 경우 임기는 2012년 9월말이 된다.
재선될 경우 아베 총리의 임기내 개헌의 시점은 개헌안 발의가 가능해지는 2010년 5월부터 2012년 9월 사이가 된다.
물론 아베 총리나 자민당측에서는 개헌안 발의가 금지돼 있는 기간에도 개헌안 골격 마련을 위한 정치적 행위는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국회에 설치될 헌법심사회에서도 단순히 헌법개정에 대한 의견수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헌안 골격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자민당측의 입장이다.
◇ 헌법 9조가 최대 변수 = 야당뿐 아니라 공명당 내에서도 '전쟁 포기, 전력 비보유'를 명기하고 있는 헌법 9조 개정에 신중론이 우세하다. 따라서 현재의 정계 구도로는 헌법 9조 개정은 사실상 어렵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계속해서 개헌론을 점화하고 있는데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빅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 의원들 가운데서도 당론과 달리 9조 개정에 공감하고 있는 의원이 적지 않다는 것이 아베 총리와 여권 내부의 판단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자민당 간사장은 최근 "아베 총리는 정계개편을 해서라도 헌법 개정을 실현할 결의에 차 있다"고 말했다. 개헌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정계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아베 총리의 개헌 드라이브에 자민당내 온건론자들이 반발하면서 민주당 등 야권내 개헌반대파와 공조할 경우 향후 정치권은 헌법 9조 개헌을 둘러싼 찬반을 축으로 양분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구도가 개헌논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일러 보인다. 다만 7월 실시될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9조 개정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는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각당과 정파의 향후 전략도 구체화될 것이란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도쿄=연합뉴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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