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야스쿠니(靖國)신사의 대체 시설물로 거론돼 온 국립전몰자추도시설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임기 중에는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도쿄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에 따라 아베 내각이 추도시설 건설을 위한 조사비용조차 올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립전몰자추도시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 당시인 2002년 정치권에서 제기된 것이다. 2001년 8월 13일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한국,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부상했다.
당시 고이즈미 전 총리는 누구든지 참배할 수 있는 추도시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당시 관방장관 주도 아래 의원들의 비공식 모임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후쿠다 당시 장관은 이듬해 "종교와 무관한 국립 추도시설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마련했다.
또 당시에는 일본 헌법상 '정교분리'에 따를 경우 야스쿠니신사를 추도시설로 사용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전 총리 집권 당시에도 매년 여당 내에서도 국립추도시설 건설을 위한 조사비를 계상하라는 요구가 나와 예산 편성 때마다 초점이 된 바 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지지파인데다 "야스쿠니신사가 전몰자추도시설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국립추도시설에 반대하는 보수세력과 같은 성향이어서 이 시설 건립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가 작년 9월 취임 뒤 전격적으로 한국과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도 이달 중국 수뇌부로서는 6년 반 만에 일본을 방문하는 등 한국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궤도에 올랐다는 게 일본 정부의 평가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야스쿠니 문제가 재연되지 않는 한 국립전몰자추도시설 건설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더욱이 새 추도시설 건설에 대해 일본 내 여론도 엇갈리고 있어서 일본 정부로서는 이 문제를 덮어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올해 예산에 추도시설 조사비를 계상하지 않은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국은 야스쿠니신사 대체 추도시설 건설을 촉구했던 바가 있는 만큼 건설 보류 방침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도쿄=연합뉴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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