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북한과의 핵 협상을 진행하면서 마치 암호와도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북한의 의중을 읽는데 대한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미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힐 차관보는 지난 3일 국무부에서 국내일간지 편집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핵실험을 한 나라가 핵을 포기한 사례가 없음에도 북한에 핵포기를 설득, 2.13 합의를 이끌어낸 경위를 설명하면서 "난 이제 북한의 차관보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신문의 스티브 채프먼 편집위원은 '희망과 경험 그리고 북한'이란 제하 칼럼에서 "힐 차관보는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 마케도니아어 등 남들이 잘 모르는 다양한 언어들을 말할 수 있지만, 그 어떤 언어도 평양측이 정기적으로 발산하는 괴상한 신호들을 해독하는 것 보다 더 어렵지는 않은 것"이라면서 "힐은 이 암호들을 충분히 해독, 북한으로 하여금 만일 이행되기만 한다면 전례가 없을 2.13 합의에 서명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힐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2.13 합의는 북한이 이달 15일로 정해진 기한에 핵시설을 폐쇄해야 중유 5만t이 지원되도록 돼 있다"면서 "만일 북한이 약속을 어기면 우리는 바로 곧 그 사실을 알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방코 델타 아시아(BDA) 북한자금 송금 지연으로 2.13 합의 이행이 시간적 차질을 빚고 있음에도 합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힐 차관보는 또 "2.13 합의에 대한 비판자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중국의 협조 없이는 실패가 확실하고, 중국의 협력이 있으면 확실하지는 않지만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 해제에 적극적이며, 북한이 합의를 어기지 않을 것이라는 가장 분명한 보장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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