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6자회담 진전에 장애물이 될소지가 있는 일본인 피랍자 문제에 거리를 두고 있다.
미 국무부는 최근 북-일간 협상이 피랍자 문제로 진전을 보지 못한데 대해 미국내 보수파들의 기대와는 달리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씨 가족을 백악관으로 불러 들이는 등 피랍자 문제에 강한 관심을 표했던 것과 대조적인 것이다.
특히 미국내 보수파들은 미 행정부가 북미관계 정상화 협상을 진전시키는 만큼 북-일 관계 진전의 핵심 이슈인 피랍자 문제도 6자 회담 틀안에서 동시 해결되도록 힘써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톰 게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일본이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납북자 사건 해결은 위안부 문제와 함께 다뤄야 공평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북일간의 실무 그룹에서 어떤 문제를 논의할 지는 그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행한 간접적인 사과 발언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분명히 일본이 이 문제를 계속 다루길 바라며, 저질러진 범죄의 중대성을 인정하는 솔직하고 책임있는 태도로 이에 대처하길 희망한다"고 언급, 아베 총리의 어정쩡한 발언만으로는 미흡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케이시 부대변인의 이러한 언급은 일본인 피랍자 보다는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는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 24일 종군 위안부와 피랍자 문제를 연계시키면서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는 한국, 중국, 필리핀 등 피해국들에게 사과하길 거부하면서 6자회담에서는 피랍 일본인에 대한 북한의 정보 제공을 고집하는 것은 이중적 처신"이라고 지적, 북한 보다 오히려 일본을 질책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앞서 타임도 지난 11일 일본 정부가 6자회담 북.일 실무회의에서 북한을 상대로 자국인 납치문제는 중시하면서 위안부는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관련, 워싱턴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협상파들은 일부 보수파들이 일본인 피랍자 문제에 대해 강경론을 펴는 것과는 달리 일본의 심정을 배려하기는 하되 그렇다고 피랍자 문제가 6자 회담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협상파들은 일본이 피랍자 문제를 계속 고집해 북-일간 실무 협상에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이에따라 6자회담까지 영향을 받을 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2.13 합의에 부정적인 일본의 여론을 고려, 6자 회담 진전을 위해 일본을 안고 가기는 하되 그렇다고 일본측 주장대로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nhpark@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