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빌딩을 박살낼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의 컴포지션(C4)폭약과 TNT폭약이 민간에 대량 유출됐지만 군(軍)은 8년 가까이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폭약들이 범죄나 테러에 악용됐을 경우 엄청난 인명살상의 위험을 초래했을 것으로 보여 군 당국의 철저한 폭발물 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폭약 유출 혐의로 20일 검거된 전북 모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 중사 박모(33)씨가 휴가와 외박을 나오며 지난 99년 5월까지 빼낸 폭약은 컴포지션(C4)폭약 18개와 TNT 폭약 4개 등 모두 22개다.
컴포지션(C4) 폭약의 위력계수(폭발 속도)는 1.34로 TNT(위력계수 1)보다 파괴력이 조금 크며, 박씨가 유출한 폭약의 무게는 컴포지션 28-29파운드, TNT 1파운드 가량이다.
TNT 1파운드의 위력은 지름 30㎝의 통나무를 부러뜨리고 철도레일을 절단시키며 일반 건물의 콘트리트벽면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력이다.
또 수류탄 1발의 폭발력(반경 10m 인명살상)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박씨가 유출한 폭약은 방 30칸짜리 빌딩을 폐허로 만들 수 있고, 시가지에서 폭파될 경우 상당한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력이다.
군이 박씨를 검거한 것은 언론사측이 확보한 박씨 여자친구의 전화번호가 단서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폭약제조회사와 재고조사 등을 통한 폭발물관리 체계의 도움은 전혀 없었던 셈이다.
군은 발견된 폭약의 로트번호(제품 일련번호)가 지워져 '현실적 기술적으로 출처 확인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설사 로트번호가 있더라도 해당 폭약이 사용된 부대를 파악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총기류의 경우 각각에 로트번호가 있지만 실탄과 폭약은 1개월 사이 제작된 경우 모두 같은 로트번호라 이 폭약들이 전국의 어느 부대에 배분됐는 지는 확인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훈련용으로 쓰이는 소모성 폭약은 담당자가 허위보고할 경우 사실상 유출을 파악할 길이 없다"고 실토했다.
군은 이번에 발견된 폭약 외에 박씨가 다른 폭약을 유출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고 설명했다.
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약에 전자태그를 붙이는 방법 등으로 철저한 폭약물관리에 나서겠다고 뒤늦게 대책을 발표했다.
한편 군은 박씨 검거경위와 관련해 당초 '과학수사와 통신수사로 용의자를 압축했다'고 설명했다가 '언론의 취재원 보호'등의 이유로 밝힐 수 없다고 얼버무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폭약을 처음 신고한 해당 언론사 관계자는 군측의 브리핑이 끝난 뒤 '박씨 여자친구의 연락처를 군에 넘겼다'고 군측의 박씨 검거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수원=연합뉴스) c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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