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농협이 다른 지역에서 반입한 대추를 이 지역 특산품인 보은대추로 원산지를 속여 판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최종 확인되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조합장을 비롯해 임직원 6명이 무더기로 이 사건에 연루된 데다 원산지가 둔갑한 대추가 농협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작년 1월부터 1년간 경북 경산에서 생산된 대추 11t 가량을 보은 대추로 속여 판매한 혐의(농산물품질관리법 위반) 등으로 이 농협 임직원 6명과 대추도매업자 1명을 13일 입건했다.
유명 브랜드가 고가에 팔리는 점을 이용해 개인이 사과, 배, 쌀 등 품목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해 유통하다 단속된 사례는 적지 않지만 농협이 원산지 부정유통 행위를 주도한 것은 거의 없는 일.
해당 농협은 가격이 낮다는 대추 경작 농민들의 수매 기피로 물량이 부족해 외지 것을 매입하게 됐다고 진술했으나 공신력이 생명인 농협의 비위에 대한 해명치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찰은 이 농협이 1월 중순 관내 한 기업체로부터 설 선물용 대추를 주문받았으나 재고 부족으로 도매상을 통해 경산 대추를 사들였다 농민들의 문제 제기로 전량 반품한 행위에 주목, 거래장부 압수수색 등 수사를 벌여 왔다.
해당 농협은 하지만 타 지역 대추를 사들인 것은 인정하면서도 시중 유통 사실은 절대 없다며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수매전표 위조는 물론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보은산 대추를 사고 판 것으로 업자와 말을 맞추기도 했고 감독 기관인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에는 문제 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거짓 보고를 하는 등 이 지역농협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심각했다.
특히 이 곳은 2004년 초 급성폐렴에 걸린 소를 구입해 도축하려 했던 것이 문제가 돼 직원들이 내부 징계를 받기도 했었다.
농협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역농협의 농산물 유통 및 비축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중앙회가 감사를 통해 지역농협의 비위 등을 단속하고 있으나 징계 건의만 할 뿐 징계 수위는 지역농협 이사회가 결정하는 등의 이원구조 때문에 비위 근절이 쉽지 않은 현 시스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찰은 농협 취급 농산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내사를 벌인다는 계획이어서 이번 사건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주=연합뉴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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