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 특별단속기간(지난해 12월 28일-3월 31일)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폭력조직간 집단 칼부림 사태가 빚어졌다. 경찰의 조폭 척결 의지를 무색케한 것이다.
특히 조폭들은 출근시간대에 주택가에서 유혈극을 벌여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15일 오전 6시55분께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등동 다가구주택 반지하 방에 있던 폭력조직 역전파 조직원 4명을 다른 폭력조직인 남문파 행동대원 10명이 습격, 흉기와 둔기를 휘두르며 집단 난투극을 벌여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남문파 행동대원 10명 가운데 3명은 경찰의 조폭관리대상(계보)에 명단이 올라 있지만 경찰은 이들의 동향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조직원 이탈 문제를 놓고 알력을 빚다 유혈극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시의 조폭세력 다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 12일 오전 6시께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PC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던 남문파 행동대장을 다른 폭력조직인 북문파 행동대원 4명이 기습,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흉기로 난자해 중상을 입혔다.
북문파 행동대원들은 남문파 조직원들에게 집단폭행 당한데 앙심을 품고 남문파 행동대장을 기습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해 5월 24일에는 남문파를 탈퇴해 북문파로 옮긴 옛 조직원을 야산으로 끌고 가 집단폭행한 남문파 조직원 20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처럼 수원의 3대 폭력조직인 남문파와 북문파, 역전파가 끝없이 물고 물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경찰의 대응은 미흡하기만 하다.
경찰의 관리대상에 오른 3대 폭력조직의 인원은 남문파 60여명, 북문파 50여명, 역전파 50여명 등이며, 10대 후반 등 계보 밖의 조직원을 포함하면 활동중인 3대 폭력조직의 실제 인원은 관리대상의 2배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조직명과 같이 남문과 북문, 수원역 일대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토착 조폭으로서 나름대로의 구역을 지켜왔다.
그러나 수원지역의 급속한 인구증가와 함께 인계동과 영통신도시 등에 유흥업소가 우후죽순 들어서며 3대 조폭이 상대 구역을 침범, 영화와도 같은 대담한 습격사건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 남문파의 역전파 습격사건도 남문파 핵심 조직원이 역전파의 관리지역인 수원역 주변 유흥업소에 진출하자 두 조직간에 구역싸움이 일었던 것이 한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3대 폭력조직들의 세규합 및 이합집산에 따라 조직원간 이동이 잦아지며 보복성 폭행도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조폭들의 주수입원이던 성인오락실과 성인PC방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으로 최근 들어 일반 유흥업소를 둘러싼 조폭들간의 이권 다툼이 많아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조폭을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작년 12월 28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전국적으로 조직폭력배 집중단속을 실시한 결과 서울경찰청 19명, 부산경찰청 13명 등을 검거했지만 경기경찰청은 5명을 붙잡는 데 그쳤다.
(수원=연합뉴스) c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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