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담배 소송은 지난 1954년 처음 개인흡연자로 부터 시작됐으나 모두 패소하다 지난 90년대 중반 50개 주정부가 원고가 돼 담배회사들로 부터 일괄적 배상과 담배 회사들의 자발적인 광고제한 조치 등을
받아냄으로써 대역전이 일어났다.
90년대 이전 원고가 승소하지 못한 것은 흡연 피해에 대한 의학적 증거 부족과 장기간에 걸친 소송에 따른 비용을 원고 측이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
그러던 중 1994년 미시시피주가 주 정부로는 처음으로 담배관련 질병에 주 정부가 지출한 의료비의 변상을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자 나머지49개 주 정부, 시 정부, 건강보험 조합들이 잇따라 유사 소송을 냈다.
당시 46개 주 정부는 담배 회사들이 흡연으로 유발되는 건강 문제들을 은폐한 책임을 물었으며 결국 지난 1998년 11월 필립 모리스, R.J.레이놀드, 브라운 앤 윌리엄슨, 로리아 토바코 등 4대 메이저 및 40개 군소 업체들로 부터 2천4백60억 달러를 변상 받는 것을 골자로 한 '주요 합의'(Master Settlement Agreement)를 이끌어냈다.
나머지 미네소타, 미주리, 플로리다, 텍사스 등 4개 주는 별도 합의를 통해 33억~153억 달러를 받아냈다.
MAS는 담배회사들로 하여금 사실상 영구적으로 매년 주 정부에 흡연관련 의료 비용을 변상토록 하고, 담배 광고 및 판매를 자발적으로 규제하며, 금연운동 단체를 위한 기금을 조성케 하는 변화를 가져왔음에도 담배 회사들에 대한 '사망선고'를 면하게 했다는 점에서 "관대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 정부의 승리 배경에는 지난 1964년 미국 외과의사협회가 담배가 폐암 등을 유발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의학계가 흡연의 폐해를 공개적으로 경고하기 시작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MAS 이후에도 흡연 피해를 입은 각 개인들이 집단 소송 형태로 끊임없이 소송을 제기해왔으며, 현재 8천여 건의 크고 작은 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에는 연방정부가 4대 메이저와 2개 담배 연구소를 상대로 이들이 니코틴의 중독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은폐하고 10대 미성년자의 흡연을 유도함으로써 2천8백억 달러의 부당 이득을 거뒀다며 이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연방 정부는 연방 항소심이 "정부가 미래나 현재가 아닌 과거의 행위로 부터 이익을 얻을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린 데 불복, 상소했으나 연방 대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그러나 지난 2004년 필립모리스, R.J. 레이놀즈, 로리아 토바코 등이 건강을 걱정하는 애연가들의 흡연을 유도하려 30여 년 동안 '순한'(light) 담배라는 광고로 속여왔다면서 제기된 2천억 달러 규모 집단 손배 소송은 아직 연방 법원에서 진행중이다.
잇단 소송에 시달려온 담배업체들은 최근 들어 주 법원 보다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연방 법원으로 법정을 옮기는 전략을 쓰고 있으며, 주 법원 단위에서도 너무 과다한 배상금에는 제동을 거는 등 담배 회사들을 문닫게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 13일 필립 모리스를 상대로 '순한' 담배라는 표현이 허위 광고에 해당한다며 아칸소주에서 제기된 소송과 관련, 연방 공무원 관련 직무에 해당되는 만큼 주 법원이 아닌 연방 법원이 심리해달라는 필립 모리스의 청원을 받아들였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역시 필립 모리스에 대한 101억 달러 상당의 집단 손배 소송을 기각한 일리노이주 대법원의 판결을 번복하기를 거부, 담배업계에 승리를 안긴 바 있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지난 7월 흡연의 위험성을 오도했다며 제기된 집단 소송과 관련, 1천450억 달러의 징벌적 배상금이 과다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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