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가 연출가 오태석의 해석으로 무대에 올려진다.
극단 목화는 내년 1월10일-17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의 하나인 '맥베스'로 관객에게 새해 인사를 한다.
한국적 색채가 물씬 나는 창작극을 주로 만들어온 거장 오태석이 셰익스피어 작품을 연출하는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두 번째.
젊은 연인의 찬란한 첫사랑의 생명력과 활기를 한국적 극문법으로 녹여낸 '로미오와 줄리엣'은 올해 말 셰익스피어 본고장 영국에 진출, 호평을 받았다. 11월23일부터 보름에 걸쳐 런던 바비칸센터에 올려져 "셰익스피어의 독창적 해석"이라는 평가 속에 전회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것.
오태석은 셰익스피어와의 두 번째 조우에서는 전작과는 달리 원작에 충실한 무대를 꾸민다.
400여년 전 떠들썩한 장터에서 그럴싸한 무대와 조명, 의상이 없어도 시적 은유가 풍성히 살아있는 '언어의 힘'만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셰익스피어 시대의 연극 전통을 되살리겠다는 의도다.
작품의 줄거리 역시 원작을 벗어나지 않는다.
마녀들에게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부인과 공모해 국왕을 살해하고 친히 왕위에 오른 맥베스가 결국 파멸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다만 오태석은 맥베스를 권력과 야망에 눈이 먼 타락한 영웅의 모습이 아닌 평범하고, 인간적이며, 마녀의 말 한마디에 끌려가는 나약한 존재로 그려낼 계획이다.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은 운명의 함정에 점점 깊숙이 빠져드는 맥베스의 모습은 마치 검투사의 칼에 찔릴 것을 알면서도 질주를 멈추지 않는 투우장의 한마리 소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연출자의 설명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마녀들의 세계는 극의 속도감과 재미를 더해준다.
각색ㆍ연출 오태석, 조명 아이카와 미사아키, 의상 이승무, 분장 손진숙, 무대 조은아, 조명 이동용 최선호.
4시30분ㆍ8시. 1만-2만5천원. ☎02-745-3966,7.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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