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칼럼은 일본 산케이신문(産経新聞)에 2023년 4월 10일자로 게재된 니시오카 쓰토무(西岡 力) 교수의 ‘할 말은 하는 일한(日韓)관계로(言うべきことを言う日韓関係に)’ 제하 칼럼을 니시오카 교수의 허락을 얻어 완역게재한 것입니다. (번역 : 미디어워치 편집부)
한국의 윤석열 정권이 조선인 전시노동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우리 정부가 환영하고 윤 대통령 방일을 받아들이면서 최악으로 치닫던 일한(日韓)관계가 개선되고 있다. 나는 이번 해결책은 ‘시한부 일한관계 최악의 회피책(期限付き日韓関係最悪回避策)’으로 한정해서 보고 있으며, 자위대기 레이더 조사(照射) 사건의 미해결 상태에서는 양국관계의 진정한 개선은 없을 것으로 본다.
거짓으로 인한 역사인식 문제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수상이 한국 측으로부터 요구받았던 사과를 하지 않고서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말한 것은 평가한다. 이 의연한 자세로 일본과 한국의 역사인식 문제는 새로운 무대에 들어섰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한관계는 이제 ‘어그리 투 디스어그리’(서로의 차이를 인정한다), 즉 역사인식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하고 더 이상 이를 외교문제로 삼지 않는 통상적인 근대국가 관계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기서 역사인식 문제란, ‘역사인식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 타국 정부가 간섭하고 외교문제화하는 것’을 말하는데, ① 일본의 학자·운동가·언론이 거짓 발신을 하고 ② 한국 정부는 외교문제로 이 거짓을 앞세우며 ③ 일본 정부는 이를 거짓이라고 반박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사죄와 경제지원을 하면서 ④ 일본과 한국의 활동가들은 그 거짓을 국제사회에 퍼뜨리는 과정을 통해서 이것이 계속 확대되었다(자세한 내용은 졸저 ‘일한 역사인식 문제 40년(日韓歴史認識問題40年)’).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①③ 주체와 ④ 주체의 절반이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일본이 태도를 바꾸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
근대국가 사이에서는 역사인식 문제를 조약을 맺으며 해결하고 그 후에는 이를 외교문제로는 삼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 간에도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1982년까지는 그랬다. 박정희 정권에서의 반일은 다만 일본이 북조선과 그 별동대인 조총련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였다.
사죄할수록 명예에 상처를 입다
그러나 1982년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반일 언론이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중국 대륙 “침략” 기술이 “진출”로 고쳐졌다고 오보를 했고, 이에 따라 한국의 전두환 정권도 외교문제로 공식적으로 교과서 기술 수정을 요구해왔다. 자국의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지는 순전히 내정문제인 만큼 이러한 수정요구는 내정간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거센 비판이 두려워 사죄를 하고 검정기준을 바꾸겠다는 양보와 대규모 경제협력을 실시했다.
1992년 1월에는 아사히신문에서 일본군이 조선의 여성을 강제연행해 위안부로 만들었다는 날조보도를 했고, 한국의 노태우 정권이 이를 외교문제화하자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는 노 대통령에게 여덟 차례 사과하고 고노담화를 내서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어 전직 위안부에게 경제지원까지 했다.
먼저 일본 쪽에서 골대까지 움직여 상대에게 득점을 허용해준 것이다. 상대는 반복해서 그쪽으로 공격을 가했다. 그렇게 2015년 위안부 합의 이전까지, 위에서 언급한 ①부터 ④가 계속 작동하면서 사죄하고 돈을 내면 낼수록 일본의 명예는 계속 훼손되었다.
그런데 2014년 아사히신문은 위안부 보도 일부에 대해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는 일본 국내에서는 ①이 퍼뜨리는 거짓말과 치열한 논쟁을 벌여온 우리 진실세력의 큰 승리였다. 아베 신조 총리가 2016년 1월 국회에서 위안부에 대한 사실무근 비방이 국제사회에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가 대응하겠다는 역사적 답변을 내놓자 일본 외무성은 외교청서나 유엔에서 사실에 입각한 반론을 시작했다.
반일 세력의 거짓말 발신 약화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조선인 전시노동을 강제연행·강제노동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각의(閣議) 결정을 내리고 이것이 교과서 검정기준이 돼 다수의 교과서 기술이 고쳐졌다.
즉 제2차 아베 정권과 스가 요시히데 정권 시절, ①의 일본내 반일세력의 거짓말 발신은 상당히 약화됐고 ③의 일본 정부측 사죄외교가 극복됐다. 그 바탕에 서서 기시다 정권은 이번에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기에 인정할 수 없으며, 일본 정부와 기업이 전직 노동자에게 돈을 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죄는 거부한다, 는 원칙을 고수했다. 한국 측이 요구한 과거의 사죄 계승 표명에 대해서도 사죄라는 단어는 쓰지 않고 역사인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2차 아베 정권 이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반론까지도 계승하고 있음을 알렸다.
윤 대통령 방일 직전인 3월 9일 일본 중의원 안보위원회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외상은 “(전시동원은)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3월 28일에는 강제연행 기술을 인정하지 않는 소학교(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가 공개됐다.
반면 한국 내에서는 야당과 좌파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윤 정권은 일본에 형식적으로 항의만 할 뿐 일한관계 개선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이 아무리 사죄해도 악화됐던 일한관계가 이번에는 일본이 할 말을 하는데도 개선이 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어그리 투 디스어그리’에 근거한 당연한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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