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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대통령 사면 열흘 전, 뤼슈렌 전 대만 부총통 탄원서 있었다

뤼 전 부총통의 친서, 공식 외교채널 통해 청와대에 전달 돼... 본지 열흘간 엠바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여부가 막판까지 혼란했던 가운데, 열흘 전 뤼슈렌(呂秀蓮, 뤼슈롄) 전 대만 부총통의 친서가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된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뤼슈렌 전 부총통은 대만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이자 현역 거물급 여성 정치인이다. 뤼 전 부총통은 1979년 ‘메이리다오 사건(美麗島事件)’의 1급 주동자로 체포돼 12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할 당시 서구 자유진영 지식인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석방됐다. 이후 그녀는 대만 최초의 여성부총통에 선출돼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재임했으며 현재도 대만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런 뤼슈렌 전 부총통이 자신과 같이 정치적인 이유로 감금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석방해달라는 내용의 친서를 작성, 주대만한국대표부를 통해 직접 문재인 정부에 전달했던 것. 



실제로 뤼 전 부총통은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과 마찬가지로 하버드대 로스쿨 제롬 코헨(Jerome A. Cohen) 교수의 탄원 덕분으로 감옥에서 풀려난 인연도 공유하고 있다. 

변 고문은 금번달초 ‘박근혜 대통령 석방추진위’ 활동을 시작하면서, 뤼슈렌 전 부총통을 포함한 자유진영 세계 지식인들에게 박 대통령 석방 탄원서를 써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일본 류코쿠(龍谷)대의 리소데츠(李相哲, 이상철) 교수와 레이타쿠(麗澤)대의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 교수, 미국인으로 레이타쿠대 국제학부에 재직 중인 제이슨 모건(Jason Morgan) 교수 등이 탄원서를 보내왔다. 

뤼 전 부총통 역시 탄원서를 작성하였으나 박근혜 대통령 석방추진위를 통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공식 외교채널로 청와대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본지가 뤼 전 부총통의 탄원서를 지금까지 공개하지 못한 이유다. 

뤼 전 부총통은 금번달 15일, 변 고문에게 보낸 편지에서 “드디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낼 친서를 마무리할 시간이 생겼다”며 “귀사의 캠페인에 바로 동참하기보다는, 외교적 의전상 주대만한국대표부(Korean Representative in Taiwan)를 통해 친서를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별도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더욱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뤼 전 부총통은 “내가 감옥에 있는 동안 많은 외국인들이 내 석방을 도와줬던 적이 있고, 나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 대만 지부를 세운 경험도 있다”며 “비판적인 항의보다 외교적 접근이 낫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뤼 전 부총통은 “내가 설립한 NGO 2곳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사례를 발표하는 기회를 얻었다”면서 “도움이 된다면 그들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뤼 전 부총통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동봉하며 “한동안 비밀을 유지해 달라”고 변 고문에게 당부했다. 

이하 뤼슈렌 전 부통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한국어 번역 전문. 


2021년 12월 15일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님께 :


최근 대만해협의 안보 문제에 대한 대통령님의 관심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쓰는 것은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저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뤼슈렌(呂秀蓮)으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대만의 부총통을 지냈습니다. 그 전에 저는 여성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6년간 투옥된 바 있습니다. 저는 2001년에 세계 평화상(World Peace Award)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1930년에 창립했으며 세계 130개 국가에 있는 여성기업직업인연합회의 홍보대사이기도 합니다. 한국 연합회는 대만 연합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에서 제 책 '동아시아의 위기와 전기(The Crisis and Opportunity for East Asia)'(한국어판 제목 '대만은 왜 중국에 맞서는가')이 발간됐습니다. 이 책에서 저는 대통령님께서 2017년 한반도 위기와 핵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또 얼마나 지혜롭게 평화를 이루어내셨는지에 대해 썼습니다. 대통령님이 2017년에 "빈손으로 청와대에 들어가서 빈손으로 떠나겠다"고 하신 인상적인 말씀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적으로 독특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1895년에 한국에서 일어난 갑오전쟁(청일전쟁)에서 중국이 패배하면서 대만이 일본에 넘어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 1950년에 일어난 한국전쟁으로 인해 대만은 중공의 침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대만은 더 가까워지고 협력할 것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한국, 대만, 일본 3국이 유교와 민주주의 및 첨단기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향후 이 국가들로 '황금의 삼각지대(Golden Triangle)'를 구축하겠다는 꿈을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공통의 가치를 가진 이 세 나라는 서로 협력하면서 태평양에서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고 소프트파워 문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2001년에 대만에서 여성리더십 아시아포럼을 주최했고, 한국을 대표해서 온 여성 국회의원들 8명과 제 부총통 집무실에서 특별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여러 뛰어난 아시아 여성 정치인들의 리더십으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다고 제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도 있고,  또한 저도 과거에 양심수였기 때문에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저는 그녀가 탄핵되고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슬펐습니다. 그분은 이미 감옥에서 여러 해를 보냈으며, 건강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여성운동가이며 평생 인권운동을 해온 저는 대통령님이 관대한 배려를 해주셔서 가능한 한 빨리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대통령님의 자비심은 인류와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로부터 감사와 성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한편, 추후 대만을 방문해 주신다면 대만인들은 대통령님을 열렬히 환영할 것입니다.  

 

- 뤼슈렌

대만 전 부총통 (2000년~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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