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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극좌 정당 ‘역사 삭제, 기억 소환’ 정책 논란

스페인의 극좌정당, 마드리드주 정부청사건물을 ‘민주적 기억연구센터’로 전환 제안... 좌익에 불리한 역사 지우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높아

최근 스페인의 마드리드주(Comunidad de Madrid)에서는 다음달 4일로 예정된 지역선거를 앞두고 후보들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 가운데 극좌정당 포데모스(Podemos)의 당대표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Pablo Iglesias)가 내놓은 선거공약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글레시아스는 현재 마드리드주 정부청사로 쓰이고 있는 건물인 ‘레알 카사 데 코레오스(Real Casa de Correos)’를 ‘민주적 기억연구센터(el centro de investigación sobre la memoria democrática)’로 바꿀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해당 건물이 한때 프랑코 반공우파 정권의 안보사령부로 이용되었다면서 이참에 ‘민주적 기억 연구 센터’로 바꿔 프랑코 정권의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 정의, 보상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 현지에서는 이글레시아스의 정책이 인위적인 ‘역사 지우기’ 정책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크다.



“‘기억’은 ‘역사’가 아니며 사건이나 시대에 대한 주관적 관점”

실제로 스페인의 자유보수 우파 신문인 ‘라 라손(La Razón)’은 21일자(현지 시간) ‘이글레시아스의 이념적 루뱐카(La «lubianka» ideológica de Iglesias)’라는 제하 사설로서 이글레시아스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루뱐카는 구소련 KGB의 본부로서 죄수들을 수감 및 고문한 건물이다) 

신문은 서두에서 “이글레시아스는 분열과 충돌에만 관심이 있다”면서 “그것은 그게 그의 당파적 이익에 매우 잘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역사 다시쓰기는 전형적인 공산주의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기억’은 ‘역사’가 아니며, 학문적 엄정성이 결여된, 사건이나 시대에 대한 주관적 관점”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스페인 내전의 피해자 중에는 프랑코 반공우파 정권에 탄압당한 사람들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공산당 인민전선파도 프랑코 반공세력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의심되는 수만 명을 고문, 강간, 살인한 전력이 있다. 

신문은 이글레시아스의 ‘민주적 기억연구센터’가 과연 과거 스페인 좌익에 의해 일어난 잔학 행위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다룰 수 있는 기관인지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프랑코 측 국민파가 저지른 과도한 잔학 행위는 물론, 좌익 공화파 측에서 저지른 잔학행위도 역시 역사의 엄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억’은 당파적 양심의 가책를 지우기 위해 소환된 언어”

신문은 이글레시아스가 공평한 학문적 엄정성에는 관심이 없으며 그가 단지 당파적 양심의 가책을 떨쳐버리기 위해 ‘기억’이라는 모호한 단어를 소환하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역사를 지우고, 양심의 가책을 없애줄 거짓 내러티브를 내세우고자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레알 카사 데 코레오스’ 건물이 “(‘기억 센터’가 아니라) 부르주아좌파의 거짓말과 양심의 가책을 지우기 위한 ‘망각 센터’”가 될 것을 경계한다면서, “(스페인에는) 제2공화국의 시작부터 프랑코의 죽음까지에 이르는 긴 기간을 엄격하게 연구할 의지가 있는 학자들이 없다”고 개탄했다. 

마지막으로 신문은 “보조금과 자리를 얻어내기 위해서, 손쉬운 방법으로 박수 받기 위해서, 학문적 엄정성보다 자신의 이념을 먼저 앞세우는 비굴한 역사학자들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페인의 ‘민주적 기억연구센터’와 한국의 ‘정의기억연대’ 

‘역사’라는 단어를 은근슬쩍 ‘기억’이라는 단어로 대체하면서 역사에 대해 주관적이고 모호한 뉘앙스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스페인의 ‘민주적 기억연구센터’는 한국의 ‘정의기억연대’를 떠올리게 한다.

다행히 최근 국내에서도 ‘한국 정부와 언론이 말하지 않는 위안부 문제의 진실’ 등 한국인들이 통속적으로만 알고 있던 일제시대 근현대사에 비판적 의문을 제기하는 서적들이 차례차례 발간되면서 정치적 기억’이 아닌 학문적 역사’를 되찾자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문적 엄정성으로 역사를 연구하고 또 그렇게 밝혀진 진실을 균형있게 전하는 일이야말로 역사에 존재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토록 하면서 동시에 역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한 존중과 정의도 실현케 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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