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박사’ 유튜버 김정민이 본지 인터뷰에 응했던 투물르출룬 박사를 거짓말쟁이로 몰려다 도리어 자신의 거짓말만 들키고 말았다.
김 씨는 11일 해명방송에서 “투물르출룬 박사는 내 논문 심사를 할 때 심사위원이었다”며 “당시에 내가 박사과정 하던 거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격앙된 어투로 “논문 심사할 때 합격·불합격 판정했던 사람인데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다 알고 있는데”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몽골국립대 재학 당시 투물르출룬 박사의 수업을 들었다고도 했다. 김 씨는 “(수업) 과제로 논문 주제를 프레젠테이션 했더니 ‘잘 만들었으니까 울란바토르 대화에 참가하라’고 저한테 먼저 제안한 거예요”라고 주장했다.
이토록 김 씨가 당시 자신은 학생이었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투물르출룬 박사가 김 씨를 몽골국립대에서 강의하던 한국인 교수로 알고서, 국제학술행사 ‘울란바토르 대화’에 초청했다고 본지와 인터뷰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 학술행사에 ‘연세대 교수’를 사칭해서 참석했다. 이를 두고 그는 투물르출른 박사가 주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회가 있기 전 투물르출른 박사가 자신의 이력서를 보더니 학생은 참가가 안 되니까 교수 신분으로 참가시키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는 것.
그는 “(투물르출른 박사의 그런 제안에) 어? 그래도 되는 거예요? 그랬더니 어차피 이거 자기가 행사를 주관하고, 형식적인 절차니까, 그냥 하면 된다고 해서 (연세대 교수로) 참가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문제없어. 나는 사칭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 학술대회 할 때만 그렇게 하라고 해서 한 거지. 그 교수가 한 거 아니야?”라며 모든 책임을 투물르출룬 박사에게 떠넘겼다.
심지어 김 씨는 투물르출룬 박사를 거짓말쟁이로 몰기도 했다. 그는 “내가 이력서 첨부했잖아. 투물르출룬이 모른다고? 어디서 그런 말 같지도 않은 거짓말을 해. 투물르출룬 교수가 (당시 내가 박사과정이었다는 것을) 모른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면서 “왜? 내가 이력서를 보여줬고, 내 논문심사 세미나라던가 이런 데 참가했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몽골국립대에서 강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했다. 그는 “제가 거기서 강의한 적이 있어요? 당연히 없지. 투물르출룬 교수는 거짓말 했어요. 내가 거기서 박사학위 하고 있었고, 내 논문심사 할 때 왔던 사람인데 저런 말을 했어. 와, 황당하죠”라며 투물르출룬 박사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몽골국립대에서 강의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대학 전산시스템에 자신이 맡았던 수업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교수가 정식 개설된 과목만 강의하란 법은 없다. 투물르출룬 박사의 기억대로 김 씨가 한국에서 온 고문교수 행세를 했다면, 정규 과목을 맡은 게 아니라 이미 개설된 다른 교수의 강좌에 한두 시간 특강 형식으로 강의했을 수 있다. 투물르출룬 박사가 기억하는 김 씨의 강의가 전산시스템에 담당교수로 기록이 남는 수업이 아닐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문제는 투물르출룬 박사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검토했던 ‘논문심사위원’이었다는 김 씨의 주장이다. 박사논문을 직접 심사했던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한국에서 온 대학교수로 기억할 수 있냐는 반문이다. 이에 본지는 김 씨가 현재 박사논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인쇄물의 해당 페이지를 살펴봤다. 확인한 결과 투물르출룬(Г.Төмөрчулуун) 박사는 김 씨의 주장과는 달리 박사논문 심사위원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의 박사논문에 기재된 심사위원 명단을 보면 심사위원장은 О.Мөнхбат 몽골국립대 사회학과 교수, 심사부위원장은 Ц.Ганболд 몽골국립대 정치학과 교수, 심사 총무는 Т.Бүрэнжаргал 몽골국립대 사회학과 교수였다. 심사위원은 ▲ И.Лхам 몽골국립대 철학·종교학과 교수(추정), ▲ Ш.Оюунханд 몽골국립대 사회학과 교수, ▲ Д.Зоригт 몽골개발전략연구소장, ▲ Ц.Цэцэнбилэг 몽골과학아카데미 철학·사회학·법학 박사, ▲ Б.Даваажав 몽골과학기술대 사회과학부 교수, ▲ С.Мөнхбат 몽골국립대 정치학과 교수, ▲ Д.Баасансүрэн 몽골과학아카데미 정치학 박사, ▲Ж.Баясах 몽골과학아카데미 국제관계학연구소장, ▲ Ж.Төртогтох 몽골국립대 정치학과 교수, ▲Ж.Баттөр 몽골국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Ч.Нацагдорж 몽골과학기술대 에너지학부 교수 등이다. 심사위원장 이하 총 14명으로 여기에 투물르출룬(Г.Төмөрчулуун) 박사는 나오지 않는다.
또한 ‘제1회 울란바토르 대화’가 있던 2014년 봄학기 무렵에 김 씨는 몽골국립대 박사과정 학생이 아니었다는 것이 본지의 취재 결과다(추후 기사로 다룰 예정). 따라서 당시 투물르출룬 박사의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다는 주장은 근본부터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성적증명서에 나온 총 12개 과목 중 어느 과목을 투물르출룬 박사가 담당했는지 김 씨는 추가로 밝혀야 할 것이다.
본지 변희재 대표고문은 “몽골 외교부의 가장 큰 국제학술행사에 교수 사칭을 하고 참가해서 몽골 정부를 농락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몽골의 전직 고위 외교관의 명예까지 훼손하고 있다. 몽골 외교부 산하에 있는 주한국몽골대사관을 비롯해 다양한 기관과 접촉해서 이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