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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칼럼] "미국에서 탄핵할때 부통령 자리 내놓으라 요구하나"

탄핵할 용기와 양심도 없으면서 무슨 과도내각 타령인가

검찰이 결국 안종범 수석과 정호성 비서관을 기소했다. 박대통령도 이와 공모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다. 박대통령은 K재단, 미르재단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문화융성을 위한 좋은 뜻이고, 기업들이 협조해주었다며 자신이 주도했다고 이미 밝혔다. 그러니 안종범 수석이 직권남용과 강요죄로 기소되었다면 박대통령도 공범으로 이 혐의가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통과되는 여부를 떠나, 그간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해온 국회에서 충분히 탄핵을 가결시킬 원인은 된다. 이미 야권의 대선주자 문재인과 안철수는 박대통령의 조건없는 즉각 퇴진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박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법적 절차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지금, 문재인, 안철수, 그리고 김무성까지 주도하여 신속히 탄핵을 가결시키는 게 맞다.

 

그러나 야권의 대권주자들이 모인 비상시국회의에서는 국회에 탄핵 논의를 요청한다는 어정쩡한 답을 내놨다. 더구나 지금껏 탄핵논의가 막힌 원흉인 국회 주도 총리와 과도내각 개편카드를 또 들고 나왔다. 박대통령에게 지금 당신을 내쫓게 되면 당신이 임명한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대행이 되니, 빨리 우리가 지명한 총리로 바꿔주면 당신을 바로 탄핵할게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4 노무현 선거법 위반 탄핵 때, 누가 총리, 장관 자리 내놓으라 요구했나

 

대통령제를 택한 대한민국에서 탄핵은 20043월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개입이 유일했다. 그 당시 탄핵은 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홍사덕 원내대표, 민주당 조순형 대표, 김경재 최고위원, 박관용 국회의장이 주도했다. 이에 현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법률가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때의 탄핵은 노대통령이 선관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총선 결과와 내 신임을 연계하겠다며 노골적으로 총선개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탄핵주도 세력은 노대통령에게 총선 개입을 중단을 선언하라요구했으나, 노대통령이 더 강력한 총선개입을 하자, 곧바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이때 그 누구도 총리 자리를 내놓고 가라”, “장관 자리를 달라이런 구차한 뒷거래를 요구하지 않았다.

 

미국에서의 탄핵은 남북전쟁 직후였던 앤드류 존슨 시절, 20세기 들어 닉슨, 빌 클린턴 때 세 번이었다. 한국에서 탄핵 시 대통령 대행을 총리가 맡는다면, 미국에서는 부통령이 맡는다. 역시 미국에서 탄핵을 할 때, 그 어느 누구도 탄핵할 테니 부통령 바꿔달라요구한 적 없다.

 

이는 대통령제의 성격을 알면 너무나 상식적인 민주주의 절차이다. 한국의 경우 탄핵안 가결 뒤 헌법재판소 9명 중 6명의 동의가 있어야 통과된다. 그때까진 탄핵을 당했을 때, 임시적으로 직무에서 정지되는 것뿐이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대통령이 임명한 내각이, 그간의 큰 방향을 이어가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상원에서 심의한다. 특히 상원에서 탄핵이 완전히 통과되어도 탄핵당한 대통령과 함께 선거를 치른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탄핵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심판일 뿐이지, 해당 정권 전체를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완전히 뒤바꾸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대통령직이 정지될 뿐이지, 법적으로 대통령 지위를 유지한다면, 헌법재판소의 재판 준비로 잠시 대통령이 자리를 비울 때까지, 그가 임명한 총리가 대행을 하는 게 맞다.


 야당이 내각 장악한 뒤, 탄핵안 부결되어 대통령이 복귀하면 어쩔건가

 

만약, 야당과 새누리당 김무성세력의 주장대로, 대통령 탄핵 전 자신들이 총리와 내각을 임명하겠다고 하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부결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약 두 달만에 헌법재판소에서 부결(9명의 재판관 중 5명 가결로 딱 한표 차로 부결되었다는 설이 유력)되었다. 그럼 야당이 총리, 부총리, 장관까지 모두 나눠먹었다가, 막상 대통령이 두달만에 돌아오면 또 전면 내각개편을 해야한다. 이렇게 두달짜리 총리가 될지, 부총리가 될지, 장관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는가.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렇게 되었을 때, 두달짜리 총리, 부총리, 장관들이 다시는 대통령이 돌아올 수 없도록 사법부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야당들이 하는 걸 보면, 탄핵을 해놓고서도, 혹시라도 헌법재판소에서 부결되는 걸 막기 위해, 온갖 운동권들 다 동원하여 헌법재판소를 협박할 게 뻔한 일이다. 거기다 국회가 내각까지 가져가면 대한민국 3권분립원칙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탄핵은 법적 심판이기는 하지만, 또한 정치적 성격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명백히 선거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그 법 위반 정도가 탄핵에까지 이르진 않는다 판단했다. 법 위반 관련 해선 법적 판단이나 그 정도는 명백히 정치적 판단이었다. 단순한 선거법 위반도 이럴진데, 극히 애매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직권남용과 강요죄의 경우는 사실 상 정치적 성격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자유총연맹 김경재 총재가 지적했듯이 노무현 정권 당시 삼성이 내놓은 8천억원을 정부가 사용용처까지 지정하여, 총리실과 교육부에서 장악, 자기 사람들을 재단에 심어 운영한 것은 어떤가? 이건 직권남용이자 강요아닌가. 똑같은 삼성그룹이 노무현 정권에 8천억 갖다 바친 건, 애국적 결단이고, 박근혜 정권에 200억 내놓은 건 협박에 의한 강요란 말인가.

 

이 논란은 정치적 성격이 크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최대한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하는 것이다. 사실상 탄핵을 앞두고 불법적으로 내각을 장악해서도 안되고, 탄핵 이후에 운동권들 동원해 헌법재판소를 협박을 해서도 안될 것이다.

 

이런 민주주의 절차에 관한 상식적 판단을 떠나서, “총리 바꿔주면 당신 탄핵시킬게이런 요구를 한다는 게 인간적으로 합당한 것이며,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인간은 또 누가 있겠는가. “집 정리 해놓으면 너 집에서 쫓아낼게그러면 당연히 집 정리 안하는 것이다. 이렇게 박대통령이 야당들의 불법적 요구를 거부하면 어떠할 것인가. 답은 어차피 탄핵밖에 없는 것이다.


 박대통령 탄핵 하면 황교안 대행 중심으로 국정이 안정될 게 두려운가

 

노무현 탄핵 당시 친노세력과 그들이 장악한 포털과 방송의 거짓선동과 달리 탄핵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탄핵은 정치적으로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입법부 간의 충돌을 해결하는 민주주의적 절차이다.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대통령직을 중단시키고, 총리가 대행을 맡으면서 정권의 연속성도 이어가며 야당과의 갈등도 풀 수 있다. 실제 노무현 탄핵 이후 고건 총리가 대행을 맡으며 정권은 두달 동안 평온한 상태로 유지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운동권들, 방송, 포털 동원해서 하야투쟁을 하면서도 정작 박대통령을 내쫓을 합법적인 수단인 탄핵을 주저하는 건, 결국 야당과 김무성 세력이 국정의 혼란을 수습하는 걸 꺼린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설사 박대통령이 부담없이 헌법재판소 재판에 응하기 위해, 저들이 요구하는 총리와 장관직 다 내줘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되면 자기들이 감투자리 갖고 권력투쟁 벌일 것이다.

 

지금 야당과 김무성 세력은 개헌과 정계개편을 말하고 있다. 탄핵이 단순한가, 개헌과 정계개편이 단순한가. 단순한 탄핵 하나 못하면, 그 수많은 사안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개현과 정계개편, 과도내각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탄핵할 용기와 양심조차 없는 자들은 개헌과 정계개편도, 과도내각도 거국내각도 못한다. 그러니 탄핵할 용기와 양심조차 없으면, 그냥 미우나 고우나 박대통령에 최소한의 협조라도 하여 임기를 마치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지금 야당들이 인사청문회조차 거부하여, 대한민국 총리가 황교안인지 김병준인지, 경제부총리가 유일호인지, 임종룡인지도 모르게 된 혼란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 탓 아니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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