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의 특보로 뛰고 있는 시사블로거 진중권씨가 “유시민은 김문수보다 더 악랄하다”라는 발언을 했던 과거 기록이 밝혀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진씨는 2004년 5월 인터넷 정치 사이트 서프라이즈에 실린 지승호 편집위원과 장문의 인터뷰에서 "유시민씨는 원칙이 없다. 모든 문제를 잔머리를 굴리는 정치게임으로 본다. 소위 진보 진영의 입장에서 보면 (민중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긴) 김문수.이재오 의원 보다 더 악랄하다"고 비난했다.
진중권, "김문수와 이재오는 우리를 괴롭힌 적 없다"
그는 "김문수. 이재오 의원은 최소한 진보세력이 국회에 진출하는데 대해 반론은 안펴는데 비해 유 의원은 원칙도 없이 끊임없이 잔 머리를 굴려 우리(진보)를 괴롭힌다"고 평했다.
진 씨와 유후보는 지난 17대 총선과정에서 '사표(死票)'논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유 의원은 "권영길 후보 등 2곳을 제외하면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는 표는 사표이므로 지역구 투표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진 씨등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강하게 반발했었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의 경우 정동영은 오른쪽 표를 끌어오고 유시민 같은 경우는 왼쪽(진보) 표를 끌어오면서 먹고 살고 있다. 그러면 안 된다. 자기 표는 자기 표대로 가져가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왜 남의 표를 빼앗아 가려고 생각하냐. 지지표를 얻고 싶으면 열린우리당을 지지할만한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정상적이다"며 따금한 충고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진보를 팔아서 개인적 입지를 지키는 것은 비도덕적이다.지난 4.15총선 과정에서 유 의원의 사표(死票) 발언 이후 인간에 대한 믿음이 딱 끊겨버렸다. 인생을 그러게 살면 안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이런 진씨는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자신이 특보직을 맡고 있던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가 유시민의 사퇴압력을 받고, 유시민을 지지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진씨는 유시민이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단일후보로 결정되자 일체의 비판을 하지 않았다. 특히 유시민 측이 지속적으로 심상정 후보의 사퇴를 요구할 때도 반론 한번 펴지 않았다. 심상정 후보의 선거운동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다 심후보가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자 "본인도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아마도 자신보다는 당을 위해서 출마한 것 같은데, 여러가지 상황이 끝까지 달릴 수 없게 만든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의 사퇴에 대해서 말이 많지만, 오늘만은 그를 위로 하고 싶다. 수고하고 지친 영혼에 노래 한 곡 바친다"고 글을 맺었다.
심후보의 사퇴 전후 심후보 비판은커녕 유시민에 대한 비판 한줄 쓰지 않은 것은, 과거 소수정당의 표가 사표가 되어 사퇴압력을 받을 때마다 최전방에서 이를 방어했던 그의 전력으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
또한 심상정 후보가 유시민 지지를 선언한 이후, 진보신당 당직자들과 후보들 모두 유시민 캠프를 찾아 응원하는 등, 진보신당이 자랑하던 정당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반면 유시민 후보가 개혁당을 노무현 정권에 바치기 위해 파괴했을 때는 신랄하게 비판했다.
진중권은 유시민 응징 위해 김문수 지지 나서야
진씨의 태도 변화는 친노세력이 권력의 재창출을 위해 소수정당 후보들을 기권시키는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진씨가 소수정당의 명분을 지킬 때는 모두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시절로서, 진씨가 승승장구했을 때이다. 진씨는 이명박 정부 들어 과거 정권 시절 자격없이 취득했던 각종 겸임교수직을 모두 상실하고, 잦은 막말시비로 법적 처벌을 받으면서 방송출연 섭외도 끊겼다.
진씨가 편법으로 직함들을 취득하였던 노무현 정권 시절 온갖 탄압을 받았던 독립신문의 신혜식 대표는 “진씨가 유시민이 김문수보다 더 악랄하다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다면, 자신의 정당이자 자신이 특보로 있는 심상정 후보를 사퇴시킨 유시민을 비판하며, 김문수 지지에 나서야할 것이며, 만약 생각이 바뀌었다면, 역시 별 생각없이 막말을 퍼붓는 병적인 수준의 입버릇을 고쳐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진씨의 말바꾸기는 정권 상실 이후, 그간의 말을 뒤집고, 원칙과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해서라도, 권력을 되찾아 오기 위해 묻지마식으로 뭉치자는 친놔좌파 세력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어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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