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권의 저서도 내고 칼럼니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던 유시민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의외로 논리적으로 상충되는 것들이 많다. 그 이유는 대부분 노무현 전 대통령 탓이다. 유시민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 2002년 개혁당을 창당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정계에 데뷔한다. 이 때부터 유시민은 과거의 자신의 원칙과 발언을 모두 뒤집고 오직 노무현 정권의 최전방 공격수로 뛰다보니 변명과 궤변의 연속이었다. 더구나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면서 유시민은 노무현 정권 때 폈던 논리를 모두 뒤집어야 했다.
유시민, 노정권 때 비판언론 향해 “언론독재”라며 극언 퍼부어
대표적으로 언론에 대한 유시민의 입장 변경이다. 유시민은 2005년 9월 1일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인들과 지식인들이 하고 있는 행위는 대통령 조롱하기 대통령 모욕하기”, “이게 정신적인 국민 스포츠가 되어 있어요. 지금, 대통령 망가트리는 것 좋아요. 자기들이 싫어하면 할 권리 있다고 칩시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망가트리고 있어요”라며 언론을 맹공격했다. 특히 “이것은 감시도 아니요 비판도 아니요 이것은 자기만족을 위한 조롱에 불과해요. 모욕, 조롱, 침뱉기, 폭력 그리고 독재예요. 이건 언론독재”라는 극언까지 내뱉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 친노좌파 언론과, 방송, 그리고 포털의 대통령에 대한 조롱, 모욕, 침뱉기, 폭력은 노무현 정권에 비해 그 도가 훨씬 심하다. 심지어 MBC 파업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퍼부은 팻말이 나오고,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유시민의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유시민은 지난 4월 19일 MBC 파업의 현장에 나가 “언론인들은 비판하고, 비판당하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불평, 불만하기도 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정상적인 생각”, “그러나 권력을 갖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밑에 있는 수하들은 욕을 먹는 것이 일상적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불편하다’ ‘우리 일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 ‘말을 잘 듣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갖고 일을 하기에 이런 사태가 생긴 것”이라며 오히려 언론을 두둔하고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던 것. 이는 욕을 먹은 당사자가 노무현이냐 이명박이냐의 차이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논리가 없다.
유시민의 언론에 대한 입장 변경은 MBC ‘PD수첩’ 관련된 것도 있다. 유시민은 2005년 12월 7일 광주 전남대 강연에서 “황교수의 연구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 “참여정부 들어서 언론의 자유가 만발했다. 너무 만발해서 냄새가 날 정도”, “PD수첩이 무모하게 덤빈 것”이라며 맹공격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노무현 대통령의 실세들이 집중 지원한 사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광우병 위험성 과장되어있다 주장했다가 이명박 정부 때 실제로 조작선동 일어나자 슬그머니 접기도
또한 광우병 관련하여서도 노무현 정권 시절에 유시민은 “'광우병에 대한 위험이 있지만 너무 과장하는 것도 좋지는 않다. 검역 자체도 문제지만 국내 축산농가 보호조처 차원에서 이뤄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며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하는 세력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명박 정권 들어 광우병 조작선동이 벌어지자 “광우병 집회에 나는 참가하고 싶어도 가질 못한다”면서 “괜히 갔다가 한나라당 등에서 배후세력으로 몰면 어떡하느냐. (집회에 가면) 내일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올 것”이라며 한미 FTA를 추진했던 정권의 전직 보건복지부 장관의 의무를 저버리고 딴청을 피웠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유시민의 노무현 중심 말바꾸기의 백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비판이었다. 칼럼니스트 시절 유시민은 1999년 12월 6일자 동아일보 칼럼을 통해 “대통령님.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십시오. 대통령님의 독선을 지적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 저는 대통령님에 대한 기대를 이제 온전히 접었습니다. 2년이면 실망하기에 충분히 긴 세월이었습니다. 나름의 뚜렷한 소신과 역량을 가진 정치인들이 국민회의에 많이 있는데도 대통령님께서 '예스 맨'만을 중용한다는 비판이 들리지 않는지요""라며 김대중 대통령과 측근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유시민은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반대로 정치적 경호실장이라 불리며 노무현 대통령에 조언을 하는 사람들을 가차없이 공격하는데 앞장섰다. 심지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며 같은 여당 안에서도 노대통령 비판세력을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전북대 신방과 강준만 교수는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 지식인이 정치에 입문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지만, '싫은 소리'와 '자기 성찰'을 소중히 하면서 '독선'을 경계하는 건 정치인에게도 필수 덕목이 아닌가. 김대중은 악(惡)에 가깝고 노무현은 선(善)에 가깝기 때문인가? 동교동계는 불의(不義)에 가깝고 노무현계는 정의(正義)에 가깝기 때문인가?”라며 유시민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유시민은 노무현 정권 시절 정권을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를 비판하다, 이명박 정권 들어 정권 타도 수준의 폭력집회를 옹호하는 등, 아무리 정치인이라도 한 자연인의 판단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으로 말을 바꿔왔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유시민에게는 오직 노무현과 친노세력의 안위와 권력장악만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이런 노무현식 패거리주의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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