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참여정부 마지막 장관들이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당분간 국무위원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새 정부의 첫 각료들이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될 때까지 국무위원이 없는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참여정부 각료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 각료들의 사표 수리 여부는 새 정부의 몫으로 넘어갔지만, 법률적으로 국무회의 '부존재' 상태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 이 당선인측도 새 각료들이 인사청문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당장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가 현 장관들의 사표를 수리할 경우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오는 25일부터 새 정부 각료들이 임명되는 시점까지 국무위원이 존재하지 않게 되며, 이 기간에 정부에서 처리해야 할 긴급 사안이 생길 경우 국무회의조차 열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헌법 제88조는 국무회의가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주요한 정책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국정의 기본계획과 일반정책, 주요 대외정책, 헌법개정안, 법률안, 대통령령안, 군사에 관한 중요사항, 사면.감형과 복권 등 정부의 주요 정책사항이 총망라되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회의가 없어지면 정부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며 "각종 정부 현안을 처리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이 이명박 새 대통령과 일정 기간 국무위원으로서 `동거'하게 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이들이 참석하는 특이한 풍경도 연출될 수 있을 전망이다.
새 정부에서 바뀌는 청와대 비서실 직제 개편안에 대한 의결.심의권은 국무회의가 갖고 있어 새로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을 임명하기 위해서는 참여정부 임명 장관들이 참여하는 국무회의에서 관련 대통령령을 심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이후 새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새 각료가 임명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새 각료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은 아니다.
국민의 정부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의 국회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국회 대치로 새 내각을 구성하지 못해 이른바 `새 정부-구 내각 동거' 상태를 유지하다 총리서리체제를 가동해 새 정부 출범 일주일만인 3월3일 조각이 단행됐다.
문민정부 당시에도 출범 이튿날인 2월26일 조각 발표가 있었으며, 참여정부 역시 출범 이틀 뒤인 2월27일에 내각을 구성했다.
이명박 정부 내각의 출범이 역대 정부들에 비해 복잡한 이유 중의 하나는 국무위원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2005년 7월에 새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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