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의 대권후보 이명박과 정동영의 동반몰락 시나리오가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는 비단 인터넷 뿐 아니라, 현실정치에서도 흔히 나오는 시나리오이다. 시나리오의 내용은 이렇다.
도곡동땅 등, 차명재산 의혹, BBK주가조작 의혹 등, 수많은 의혹에 시달려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50%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범여권이 정동영 후보를 낙점했음에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변화가 없다. 오히려 정동영 후보가 초기 대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10% 중반대로 밀려나고 있다. 즉 이명박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이명박의 강점보다는 범여권 후보의 약세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동영의 실력으로는 설사 김경준이 귀국하여 이명박의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도, 이명박의 승리를 뒤엎을 수 없다는 비관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어찌보면 단지 정동영 개인의 실력부족 탓만은 아니다. 범여권이 반이명박 연대를 구성하고 싶어도, 반노무현 정서라는 벽 때문에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도 싫지만, 노무현의 재집권은 더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80%가 넘는다. 이런 반노정서야 말로 이명박을 지켜주는 힘이다. 정동에게는 바로 이 구도를 돌파할 힘과 실력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구도를 뒤엎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르면 투표율은 사상 최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칫하면 40%대에 그칠 지도 모른다. 투표율 40%대에서, 이명박 후보가 50%, 정동영 후보가 30% 정도의 득표를 한다면, 이 선거는 사실 상 출마한 후보 모두에게 정치적 패배를 선고하는 것이다. 벌써 누구든 다 꼴보기 싫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절반이 넘기 때문이다.
김경준이 11월 말에 귀국하면 검찰은 기소중단을 풀고 자동적으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벌써 범여권이 터뜨린 이명박의 BBK 주가조작 개입설만 해도, 수사할 것이 수두룩하다. 수사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이명박 후보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나면, 바로 구속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후보가 정식 대선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하게 되면, 모든 구속수사는 피할 수 있다. 선거운동기간 3주간에는 어떠한 법적 기소나 구속도 면할 수 있도록 선거법에 명시되어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 당선자 신분에 대해서는 이런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 신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직인수에관한 법률에 규정되어있지만, 단지 의료지원과 교통제공, 그리고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임명등에 대해서만 규정되어있다. 이 이상의 법적인 대통령의 권한은 없는 것이다.
법적으로 따지면, 당선자 시절 동안 법적으로 구속되었다가, 대통령 직에 취임하게 되면, 구속중지 및, 모든 기소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중지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탄핵이다. 탄핵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헌법이나 법률을 어겼을 때, 국회가 대통령직을 중단시키는 제도이다. 만약 이후보의 주가조작 혐의가 드러나면, 이는 100% 탄핵사유가 된다.
범여권과 한나라당 내의 친박근혜, 이회창 세력이 합치면, 탄핵정족수 200명은 손쉽게 넘어간다. 그뒤, 4년연임제 개헌으로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루면서, 새판을 짠다는 것이 이 시나리오의 완성이다. 그리고, 이 새판에서, 이명박 집권을 저지하지 못한 정동영은 당연히 아웃당한다.
물론 이런 시나라리오에는 현실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측면이 있다. 김경준이 설사 귀국한다 해도, 제출서류에 대한 진위논란으로 이후보가 구속까지 갈 만한 사안이 터질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가 범여권 및 한나라당 지지자들로부터 공감대를 얻는 것은 이후보는 물론 정동영 후보까지도 지지층의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정후보의 경우가 더 심하다. 지금 범여권 지지층은 이후보의 몰락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배신과 탈당을 반복한 정동영이 길가다 지갑 줍는 꼴도 보지 못하겠다는 게 지지층의 정서이다. 그래서 이명박과 정동영이 동반 몰락하는 시나리오를 짜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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