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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이명박의 문제는 도덕성이 아닌 인성

노무현의 실패도 도덕성이 아닌 인성


국민원로는 이명박이 유능하다는 주장에 결코 찬성하지 않는다. 인간의 능력을 평가할 때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요소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이유에서다. 바로 성격도 능력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주변에는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임에도 자신의 성질머리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엎어진 사람들이 숱하게 널려있다. 당신의 친구와 피붙이들 중에도 이런 유형의 인물은 분명 존재할 게다. 좋은 성격이 뒷받침되지 않는 능력은 톡 치면 무너질 모래성에 불과하다.

성격이라고 부르니 혼란스러운 느낌을 준다. 성격 대신 인성이라 일컫는 게 의미를 좀 더 명징하게 나타낼 듯싶다. 성격을 인성으로 대치할 경우에는 성격도 능력이란 논리에 반대하는 입장이 더는 지지를 얻기가 어려워진다. 일례로 기업체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인성검사는 꼭 포함되기 일쑤니까.

인성검사를 통해 사람의 됨됨이가 정확히 파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듣자니 인성검사 잘 치르는 비법마저 학원서 가르친다고 하더라. 기본인성이 뒷받침돼야 업무능력도 탄탄하다는 반증이리라. 일반회사들도 직원을 선발할 적에 등한시하지 않는 항목이 인성이다. 하물며 나라를 다스릴 통치자를 뽑는 일에서야. 그토록 중차대하고 필수불가결한 인성이 한국정치에서는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는 인상이다.

정치권의 비화가 폭로될 적마다 국민이 크게 놀라는 건 그동안 감춰져있던 정책들의 구체적 내용 때문이 아니다. 베일에 가려져왔던 위정자들의 비뚤어진 인성으로 말미암아 충격을 받는다. 소련공산당 제20차 전당대회에서 행한 흐루시초프의 비공개 연설은 참석한 공산당원들을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다. 흐루시초프가 과거 온화한 미소 뒤에 도사리고 있었던 스탈린의 피폐한 인성을 낱낱이 까발린 것이다.

스탈린의 인성은 1920년대 초반에 이미 밝혀진 바 있다. 레닌은 힘들게 구술한 유서에서 스탈린의 음습하고 비열한 인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스탈린이 추진한 시책들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는 곁가지에 지나지 않았다. 레닌은 스탈린이 권력을 장악한 다음 그 더러운 인성으로 러시아 혁명의 성과와 결실을 완전히 말아먹지 않을까 우려했다. 레닌의 유언은 스탈린이 사망한 3년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소련의 숙적이자 현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본산 미국에서도 정치인의 인성은 국가지도자의 자질과 소양을 종합적이고 총체적으로 톺아볼 때에 허투루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순수한 정책적 측면에서 클린턴은 루스벨트 이후로 제일 성공한 대통령으로 여겨진다. 재임기간 내내 클린턴을 집요하게 괴롭힌 주인공은 그의 인성을 둘러싼 시비와 논쟁이었다. 인성논란은 클린턴의 정책추진능력의 상당부분을 앗아가고 말았다.

우리나라 역시 인성문제에서 예외는 아니다. 노무현 정권을 인기 없는 비호감 정권으로 만든 대표적 원인이 뭔지를 찬찬히 살펴보자. 민심이반의 밑바탕에는 대통령을 위시한 참여정부 실세들의 인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깔려있다. 정권수뇌부가 탈권위주의적 조치로 생각하며 저지른 싸가지 없는 행동들이 국민들한테는 그릇된 인성의 산물로 받아들여졌다. 솔직히 노무현 정권이 억울해할 여지는 많다. 인성으로 치자면 이승만과 박정희와 전두환이 노무현과 비교해 훨씬 글러먹었다. 그들에 견주면 노무현은 아주 훌륭한 인성을 지녔다.

허나 이승만과 박정희와 전두환은 정보의 유통이 철통같이 차단된 시대에 살았다. 당시에는 국민들이 통치권자들의 인성을 알기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노릇이었다.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뉴미디어의 등장은 집권자들의 인성이 광범위한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와 공간을 폭발적으로 증대시킨다.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려면 어질고 덕이 있어야만 한다는 동양고전의 진리가 바야흐로 21세기에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잘 새겨듣기 바란다. 핵심은 이거다. 인성과 도덕성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예컨대 독선적이고 오만하다고 하여 부도덕한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무식과 무교양, 경박함과 무례함이 곧장 윤리적 결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과대망상과 자아도취 또한 도덕적 하자와는 거리가 멀다. 허나 정치가의 독선, 오만, 무식, 무교양, 경박함, 무례함, 과대망상, 자아도취가 초래하는 해악은 부도덕과 비윤리 못지않게 위험하고 치명적이다.

노무현 정권의 이너서클은 윤리와 도덕성에서 딱히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지적 능력에 커다란 흠결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실패했다. 인성부문에서 함량미달이었던 탓이다. 대중이 민감해하는 지점이 요거다. 유권자들은 정치인의 윤리와 도덕성이 아니라 인성과, 여기서 비롯되는 태도를 중시한다. 인성을 기준으로 노무현을 가장 빼닮은 대권주자가 누굴까? 국민들은 열이면 열 주저 없이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을 꼽는다. 도덕적 노무현과 비도덕적 이명박은 인성에 있어서만큼은 완벽한 일촌관계다.

바보야, 문제는 도덕성(Morality)이 아닌 인성(Personality)야! 네거티브 공세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는 자명하다. 이명박을 한 방에 쓰러뜨릴 완벽한 클린히트를 날리고 싶다면 인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라는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들, 도덕성 검증에는 시큰둥할지언정 인성검사에는 몹시 예민하다. 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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