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민주당+중도통합신당)이 ‘대통합 주도권’을 두고, 기싸움이 치열해 지고 있다. 범여권 제정파의 연석회의 제안이 난무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배제론'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범여권대통합’은 점차 물 건너가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 정대철 전 고문, 이용희 국회부의장, 통합신당 김한길 대표, 민주당 박상천 대표 등은 24일 비공개회동을 갖고, '연석회의' 제안에 합의했다. 25일 오후 민주당, 중도신당, 열린우리당 탈당파, 열린우리당 등 4개 정파에서 각각 2인씩 참여하는 ‘8인 연석회의’를 개최하자는 것.
하지만 통합신당과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은 통합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개별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구했다. 향후 통합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당 대 당 통합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8인 연석회의를 제안하면서 중도신당과 민주당이 계속 소통합하겠다고 하면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배제론'이 철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제안도 적절하지 않다”면서 “모두 기득권을 버리고 똑같은 입장에서 대화하는 것이 예의이고 자세”라고 비판했다.
윤호중 대변인은 “'배제론'과 같은 어떠한 조건이 붙여지지 않고, 모든 정치세력이 대등한 자격에서 이뤄지는 대화라면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며 “8인회의가 대통합 추진에 있어서 진정성을 더하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도신당과 민주당 사이의 소통합 추진이 중단해야 상호모순이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8인 연석회의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이날 중앙당에서 ‘대표단-의원총회 연석회의'를 갖고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논의하지 않는다"며 "민주당과 통합신당, 탈당그룹이 각각 두 명의 대표를 내고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진 의원들은 개인자격으로 참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통합신당 김한길 대표도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김 대표는 “도저히 열린우리당으로 안되겠다는 전제하에 열린우리당을 극복하기 위해서 대통합이 거론된 것인데, 거꾸로 대통합을 위해서 열린우리당을 살리자니 황당하다”비판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통합신당이 민주당과의 통합절차를 두 번이나 연기했는데, 오늘이 우리가 여당을 탈당한 분들과 합류할 수 있는 마지막 대화의 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향해 ”당 해체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모로 잡고 민주당과의 통합노력에 대해서 비난하는 태도를 끝내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과 통합신당은 27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합당을 결의한 뒤, 28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통합민주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기로 합의했다. 합당이 성사될 경우 범여권은 크게 '통합민주당-친노세력의 열린우리당-탈당파 일부와 시민사회세력 진영'의 3각 구도로 재편돼 범여권의 접점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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