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양대 정파인 하마스와 파타당이 지난 3월 어렵게 출범시킨 자치정부 공동내각이 붕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원해온 것으로, 공동내각이 무너지면 팔레스타인은 내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파타당을 이끌고 있는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12일 최근 들어 격화한 파타당과 하마스 지지자들 간의 무력충돌 사태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쿠데타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공동내각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반실 명의로 나온 이 성명은 최근의 충돌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하마스에 돌리면서 하마스 지도부가 팔레스타인 지역을 내전의 고통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파타당은 당 중앙위원회가 공동내각에서 철수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하마스가 자치정부를 무너뜨린 뒤 가자지구에서 "증오와 죽음의 공화국"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치정부에서 하마스를 대표하는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실은 "적들과 손 잡은 당사자들"이 무력으로 공동화합 내각을 깨려 하고 있다며 혼란을 야기하는 주범으로 파타당을 지목했다.
양측 지도부가 책임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충돌이 계속됐다.
하마스 소속인 사이디 타미미 교통차관이 12일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에서 파타당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괴한들에 납치됐다.
또 압바스 수반의 경호대는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아크사 TV 방송국을 급습해 직원들을 체포하고 일부 장비를 압수해 갔다.
이와 함께 가자지구 난민촌에 있는 하니야 총리의 자택과 압바스 수반의 가자지구 관저가 상대방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
가자지구 중심부에서는 파타당 소속 보안요원 1명이 대낮에 괴한들에 살해됐으며, 하마스와 파타당 지지자들의 집을 노린 방화사건도 잇따라 양측 간의 적대적 감정이 극대화됐다.
폭력사태가 급격히 확산한 11일부터 가자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충돌로 최소 1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타당 계열 무장조직인 알-아크사 순교자 여단은 이날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내통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하마스 추종자들의 공격에 공세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파타당이 이스라엘의 조종을 받아 내분을 조장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지 분석가들은 이런 추세로 간다면 하마스와 파타당의 공동내각이 결국 깨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정파의 정치적 제휴체제가 와해하면 무장조직을 별도로 거느린 양측의 충돌은 본격적인 내전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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