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원정호기자][급매물소진에 호가 뛰지만 거래없어.."상승전환 무리" 지적]
"급매물이 거래돼 이제부터 오르겠거니 했는데 다시 조용하네요."(대치동 은마타운공인 관계자)
강남 아파트값의 지표로 인식되는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오름세가 시원찮다. 이 아파트 31평형은 지난달 9억5000만원에 거래돼 최근 10억원까지 올랐다. 이후 거래는 다시 소강상태. 34평형도 10억5000만원에서 12억원으로 상승했으나 거래가 없기는 마찬가지.
재건축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화된 뒤 서울 아파트값이 뚜렷한 반등세를 그리지 못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추격 매수세가 뒤따르지 않는 까닭이다. 때문에 요즘 집값은 매도자와 매수자간 버티기 신경전 속에 '게걸음 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매수-매도자 "급할 것 없다"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집주인들은 시세보다 낮은 매물 내놓기를 멈췄다. 과세기준일인 6월1일을 넘겨 보유세 회피가 힘든데다, 동탄2신도시 발표 이후 '강남 희소성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 급매물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매수자 역시 눈에 띄는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을 거래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매수-매도자간 버티기 장세 속에 매물량이나 거래량이나 모두 뜸하다"면서 "급매물이 빠졌지만 추격 매수세가 없어 가격 상승의 신호탄으로 보기엔 무리"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는 집값의 하락 안정세를 반기고 있지만 거래를 수반하지 않은 데에는 일부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건교부의 한 당국자는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이 내려가야 이상적인데 현재의 시장 상황은 조금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국지적 호재엔 과민반응
일부 지역별 호재가 집값을 자극하고 있지만 대세를 반전시킬 재료로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개포주공 재건축단지는 용적률 상향 소문으로, 잠실주공5단지는 잠실 제2롯데월드 개발 승인여부가 이달말 확정된다는 소식에 호가가 각각 3000만원에서 많게는 7000만원 가량 뛰었다.
그러나 개포단지의 경우 도로 등 기부채납에 따른 인센티브 차원에서 지자체가 용적률 상향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질 용적률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규현 주택도시연구원 부동산분석팀장은 "최근 분위기가 워낙 조용하다 보니 호재성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면서 "돌발 변수가 생긴다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심리적 확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집값 L자형으로 여름날듯"
거래가 동반하지 않는 지루한 시장 분위기는 여름 비수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박합수 국민은행 PB팀장은 "대출 규제가 워낙 커 고액자산가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거래가 없는 상태가 여름까지 그대로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도 "집값이 바닥이라고 해도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난 2004년때와 같은 L자형 움직임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규제가 심한 부동산을 떠나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도 부동산시장의 L자형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 변수가 가시화되고 실수요자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올 가을 이후에나 집값 변화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원정호기자 meet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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