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종일기자][[직밴]<9>동부화재 록밴드 동호회 '프로미(PROMY)']
"2년차 초보 밴드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최고랍니다."
지난 4일 밤 강남의 한 스튜디오. 한 무리의 직장인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스튜디오 한 켠에서 흘러나오는 곡을 감상하고 있었다. 느린 템포의 곡이 연주되고 있었다. "저거 소화하기 힘든 노래인데..." "보컬이 잘하네." "키보드랑 기타 연주가 제대로네." 탄성이 연방 터져나왔다. 하지만 칭찬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들은 이내 대기실에 있는 의자를 다시 차지하고 앉아 기타연주 삼매경에 빠졌다. '우리라고 못할쏘냐'는 의지가 엿보였다.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동부화재의 '프로미밴드'다. '프로미'란 약속을 뜻하는 영문 단어 'promise'에서 따온 이름으로 동부화재의 브랜드 명칭이기도 하다.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이들이 맞춰보는 곡은 '춘천가는 기차'. 드럼을 맡고 있는 이형준 차장(인사파트)의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으로 곡이 시작됐다. 밴드의 '마스코트' 방경은 사원(인사파트)의 키보드 연주와 '막내' 최현석 사원(영업교육파트)의 일렉기타 연주가 더해지자 서정적인 곡이 록음악으로 탈바꿈됐다. 김윤성 상무(마케팅팀)의 퍼쿠션과 진승환 사원의 베이스가 가세하자 연습실 전체로 경쾌함이 퍼져나갔다. 임찬호 대리(인사파트)의 맛깐난 보컬은 흥을 보탰다.
이날 프로미밴드는 건아들의 '젊은 미소',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 등 7080세대들의 애창곡들과, 본 조비의 '런어웨이(Runaway)', 쉐이즈 어파트의 '스트레인저 바이 더 데이(Stranger By The Day)' 등 팝송을 연습했다. 신세대 밴드 멤버와 직장생활 24년차 김 상무를 배려한 선곡이다.
특히 이날은 새로운 멤버가 오디션차 연습실을 방문했다. 지난해 사내 노래자랑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던 장기업무파트의 권혜영 대리였다. 권 대리의 실력을 눈여겨봤던 김 상무가 삼고초려 끝에 데려왔다. 프로미밴드는 앞으로 7인조로 활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미밴드가 결성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밴드 결성에는 동호회 회장을 맡고있는 김 상무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는 "제가 드럼을 처음 배웠던 게 39살 무렵이었어요. 무언가를 새롭게 배운다는 게 다소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였죠. 하지만 학창시절 악기 하나 배워놓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더라고요" 고 말했다.
김 상무는 드럼을 배우면서부터 물 만난 물고기였다. 화장실에 앉아서도 드럼스틱으로 연습했다. 드럼과 퍼쿠션 세트도 장만했을 정도다. 그 인연으로 교회 밴드에서 드럼을 맡게 됐고 이것이 회사 밴드 결성으로 이어졌다.
연습은 격주로 주말에 주로 한다. 격주로 여가활동,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라는 회사의 방침을 따라서다. 공연이 있을 때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모여 맞춰본다. 연습 장소는 주로 외부 스튜디오를 빌려서 한다. 비용은 회사가 지원한다.
공연은 지난해 한차레 치렀다. 서울 대치동 동부금융센터에 있는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웃지 못할 일화도 있었다. 첫 공연을 신년맞이 음악회로 준비하고 있던 차에 송년음악회를 열게 됐던 것. 취지에 공감해 일정은 당겼지만 조명 등 장비 대여가 문제였다. 연말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장비는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장비가 약속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 전화통에 불이 났다. 약속된 시각을 훌쩍 넘겨 오후 5시가 돼 준비가 끝이 났다. 변변한 리허설도 없이 시작한 첫 공연에 멤버들 가슴은 두근반 세근반 떨렸다.
하지만 두려움은 이내 사라졌다.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특히 가족들은 아낌없는 응원을 했다. 김순환 동부화재 사장은 무대 맨앞에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첫 공연이라 긴장은 됐죠. 게다가 리허설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가족과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금세 연주에 집중할 수 있었죠." 9년째 드럼을 연주하고 있는 실력파 이 차장의 말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앞으로의 바람이 궁금했다. "프로미 농구대회 예선전이 현재 치러지고 있어요. 사내 농구대회인데 결승전 때 원주체육관에서 공연하는 게 바람이죠" 말쑥한 임 대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김 상무는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기회만 된다면 재소자나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을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정도의 열정이라면 이들의 바람이 실현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 후 원
최종일기자 allday33@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