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군과 팔레스타인 민병조직인 파타 알-이슬람 간의 교전이 23일 잠시 멈춘 가운데 수도 베이루트 교외에서 또 폭탄테러가 발생해 정정불안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이날 저녁 베이루트 동쪽의 알레이 마을에서 폭탄이 터져 5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경찰은 주거용 건물 입구에 놓여 있던 가방 속의 폭발물이 터졌다며 폭발 충격으로 인근의 상점과 건물이 일부 파손됐다고 밝혔다.
알레이는 수니파와 함께 현재 레바논 집권 정파를 이루는 드루즈파가 밀집 거주하는 곳이다.
이슬람의 한 분파인 드루즈파를 이끌고 있는 왈리드 줌블라트는 친 서방, 반 시리아 노선을 견지하는 인물로, 레바논 군과 충돌한 파타 알-이슬람이 시리아의 지령에 따라 소요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시아파 정파인 헤즈볼라는 줌블라트가 야권 세력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치안불안을 획책한다고 비난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테러가 줌블라트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그의 반대세력이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줌블라트 지지세력이 벌인 자작극인지 여부를 단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내부 정파 간 다툼이 심하고, 이스라엘과 시리아 등 주변국의 첩보요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무대인 레바논에서는 정치적 성격을 띤 테러가 자주 발생하지만 그 배후가 제대로 규명된 적이 없었다.
이날 폭발은 레바논 군과 파타 알-이슬람 간의 교전이 시작된 지난 20일 이후 베이루트 주변에서 발생한 3번째 테러다.
20일 베이루트의 기독교인 거주지역에서 폭탄이 터져 1명이 죽고 10여명이 부상했으며, 21일에는 수니파 거주지역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나 6명이 다쳤다.
한편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는 23일 레바논 정부와 군은 어떠한 테러 조직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파타 알-이슬람을 소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엘리아스 알-무르 국방장관은 나흐르 알-바리드 난민촌에 근거지를 둔 파타 알-이슬람 요원들이 자진 투항하지 않을 경우 군사력을 동원할 것이라며 항복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러나 파타 알-이슬람은 레바논 군과 영구적으로 휴전할 수 있지만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조만간 양측 간의 충돌이 재개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지 분석가들은 나흐르 알-바리드 난민촌 주민들의 대피가 마무리되면 레바논 군이 전면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타 알-이슬람이 22일 오후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한 이후 23일까지 약 1만5천명이 나흐르 알-바리드를 떠나 인근의 바다위 난민촌 내의 학교 등으로 피신했다.
이는 나흐르 알-바리드 거주민(약 4만명)의 40%에 육박하는 것이다.
레바논 군은 이날 난민촌 인근의 지중해 연안도시인 트리폴리에서 파타 알-이슬람 요원 1명을 사살한 데 이어 난민촌 입구에서 교전 중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파타 알-이슬람 부지도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파타 알-이슬람의 최고 지도자는 샤키르 알-아브시란 이름으로 알려진 팔레스타인인이지만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편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레바논 군의 최근 공격으로 난민촌 내의 주민들이 희생된 점을 거론하면서 레바논 군은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순번 의장을 맡고 있는 유엔 안보리는 이날 선제공격을 받은 뒤 반격에 나선 파타 알-이슬람이 레바논 군을 공격한 행위만을 문제 삼는 성명을 발표했다.
(카이로=연합뉴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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