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주국제영화제(JIFF)의 마스터클래스는 프로덕션 디자이너를 주제로 진행된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란 의상ㆍ분장ㆍ소품ㆍ세트 등 영화의 모든 미술분야를 관할하며 화면을 만들어가는 미술감독을 말한다.
그 동안 국내 영화제의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램이 영화감독 위주로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JIFF의 올해 마스터클래스는 눈길을 끈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미술분야의 비중이 커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ㆍ중국ㆍ일본의 내로라 하는 미술감독이 JIFF 마스터클래스에 초청됐다.
'황후화' '연인' '영웅' 등 장이머우(張藝謨)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화려한 화면을 만들어낸 훠팅샤오 감독과 '하나' '피와 뼈' '아무도 모른다'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영화에 참여했던 이소미 도시히로 감독, '타짜' '국경의 남쪽'의 미술분야를 총괄한 양홍삼 감독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29일 오후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열린 JIFF 마스터클래스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훠팅샤오 감독은 자신을 "영화 '무사'의 미술감독으로 참여했던 훠팅샤오"라고 소개했다. '무사'는 김성수 감독이 연출하고 정우성ㆍ주진모ㆍ장쯔이가 주연한 한ㆍ중 합작영화.
훠팅샤오 감독이 대부분 블록버스터 영화에 치중했다면 이소미 도시히로 감독은 인디영화에서 역량을 발휘한 감독이다.
이소미 도시히로 감독은 "이번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강의 소재로 선택한 영화는 1997년 작품인 이시이 소고 감독의 '꿈의 은하'.
이소미 도시히로 감독은 "당시 스태프 5명과 함께 언덕도 직접 만들었고 장식품 제작과 소도구 수집 등도 직접 했다"면서 "제작비를 아끼려고 영화에 필요한 벌레는 직접 잡아 사용한 적도 있다"며 웃었다.
양홍삼 감독은 "프로덕션 디자이너라는 개념이 한국에 도입된 것은 4~5년에 불과하다"면서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어떤 직업인지를 소개하고 영화 속에서 공간이 어떻게 창조되는지, 현장의 모습을 어떤지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로서 갖춰야 할 자질로 훠팅샤오 감독은 창의성을 꼽았고, 이소미 도시히로 감독은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들었다.
"저는 보통사람의 일상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스태프에게 항상 우리가 생활하고 눈앞에 있는 일상을 잘 관찰하고 기억해 두라고 강조합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술집에 가면 그 장소가 뿜어내는 분위기를 느끼고 기억해야 합니다. 필름ㆍ디지털 등 영화를 찍는 하드웨어는 다를 수 있지만 그 하드웨어를 통해 담기는 것은 현실이기 때문입니다."(이소미 도시히로)
'살인의 추억' '괴물'에 참여했던 양홍삼 감독은 영화 속 화면의 특성을 세밀하게 잡아내는 봉준호 감독의 콘티를 예로 들며 그의 치밀함을 칭찬했고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자질로 "불필요한 공간을 만들지 않으면서 예산에 맞게 효율적으로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했다.
(전주=연합뉴스) sungl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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