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2.13합의 이행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계속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를 드러내는 신호가 나오고 있어 향후 북핵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지 주목된다.
미국과 한국 등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관련국들은 미국이 제시한 BDA 해법에 대해 북한이 판단할 시간을 준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초기조치 이행 시한에서 2주가 지나도록 북한이 반응을 내놓지 않자 차츰 인내심을 잃어가는 분위기가 퍼져가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어렵게 재개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이 위기에 몰리고 북한 핵실험 직후의 제재 분위기에 다시 힘이 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추가 제재'를 언급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부시 대통령은 27일 아베 신조 총리와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어려운 북핵문제는 외교를 통해 해결하는게 최상책이라고 믿는다"며 "북한 지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시간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밝혀 여전히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실었지만 6자회담 재개 이후 그가 이 같은 강경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추가제재를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국내외에 던지는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에 현재로선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선 북한이 신속히 BDA문제를 털어내고 2.13합의 이행에 나서도록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나치게 시간을 끌면 북한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2.13합의 이행 지연으로 미국 내 강경파의 공세가 거세질 것에 대비해 `나도 제재를 아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사전에 제시했다는 해석도 있다.
따라서 추가로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미국이 당장 대화 의지를 접고 제재로 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부시 대통령도 추가제재의 조건으로 `북한 지도자가 2.13 합의를 존중하지 않고 BDA 문제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라고 밝힌 점에서 보듯 북한이 BDA 외의 문제를 제기해 2.13합의가 위기에 처하지 않는 한 외교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현재로선 북한은 물론 미국내 강경파를 겨냥한 다목적 카드로 보인다"면서 "BDA문제가 어떤 방향으로든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큰 다음 주가 2.13합의와 6자회담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한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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