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한 부부가 결혼 16년 만에 시속 120㎞로 달리는 열차안에서 웨딩마치를 울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주인공은 부산 동구 범일동에 살고 있는 김점주(42)씨와 아내 문한선(36)씨.
이들은 20일 한국철도공사 부산지사가 경제적인 사정 등으로 결혼식을 거행하지 못한 저소득층 부부를 위해 마련한 '달리는 열차안 결혼식' 이벤트에서 주인공이 됐다.
김씨 부부는 이날 낮 12시30분 부산역을 출발하는 새마을호 특실에 꾸며진 예식장에 나란히 입장해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다가 열차가 부산 구포역을 출발한 낮 12시45분부터 김종원 철도공사 부산지사장의 주례로 35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결혼식을 거행했다.
김씨 부부의 토끼 같은 아들(10)과 딸(16)을 비롯해 가족과 친지들이 가득 메운 예식장에서 이들은 시종 밝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다가 결혼을 축하하는 5초간의 기적소리와 함께 행진을 하는 순간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 손을 꼭 잡기도 했다.
김씨 부부는 앞서 오전 9시부터 박준뷰티랩과 조은웨딩에서 각각 화장을 하고 예복을 차려 입은 뒤 부산역 교양실에서 하객들과 기념촬영을 했으며 결혼식 후 천안역에서 내린 뒤 온양온천 그랜드호텔에서 허니문에 들어갔다.
이들 부부는 김씨가 직업군인이었던 16년 전에 만나 동거에 들어갔고, 첫해에 낳은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느라 그동안 결혼식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결혼식 비용은 철도공사 부산지사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정성과 이벤트 업체 등의 협찬으로 충당됐다.
철도공사 측은 올해 이들 부부를 비롯해 모두 4쌍에게 무료 결혼식을 올려줄 계획이다.
(부산=연합뉴스)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