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가족들이 제8차 남북적십자회담 기간(4.10~12) 일본 납치피해자 단체의 '원정 시위'를 적극 저지하겠다고 나서 양측의 마찰이 우려됐으나 10일로 예정됐던 전단지 북송 퍼포먼스는 경찰의 사전저지로 무산돼 충돌은 없었다.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10일 귀환어부 최욱일.이재근씨, 납북고교생 이민교 어머니 김태옥씨 등 납북자가족 20여 명과 함께 일본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의 풍선 띄우기 행사를 막기 위해 강원도 철원 고석정에 집결했다.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는 대북 전단살포 경험이 있는 탈북자단체인 기독북한인연합에 의뢰, 적십자회담 기간에 맞춰 납치문제 해결 촉구와 납치피해자 정보 제공시 사례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전단지 살포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날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와 기독북한인연합이 계획한 전단지 북송 퍼포먼스는 경찰의 저지로 무산돼 단체 간 충돌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2004년 6월 남북적십자 회담 때 상호비방을 하지 않기로 약속함에 따라 이날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풍선에 담아 이북에 보내는 행위를 저지했다"고 밝혔다.
퍼포먼스가 예정된 고석정에는 NHK.후지.아사히 TV를 비롯한 많은 일본 취재진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 단체의 아라키 카즈히로 대표는 12일 출국까지 또 다른 퍼포먼스를 준비했는지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국내 납북자 가족은 "적십자회담 기간 일본 단체의 시위를 막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 대표는 "이번 적십자회담에서 남북이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계기를 마련할 것 같다"며 "이런 민감한 시기에 풍선을 날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훼방을 놓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아라키 대표와 통화에서 이번 적십자회담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 가능성이 있으니 전단지 북송 행사를 자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아라키 대표는 몇 년 전 탈북자를 일본인 납치피해자로 소개해 물의를 일으키는 등 납북피해자 가족의 입장을 고려치 않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북한과 일본이 납치피해자 문제로 적대시하는 상황에서 일본 단체의 시위는 남북 간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다른 납북자 가족들도 "일본은 그동안 북한과 협상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에 많은 성과를 냈지만 우리는 공식 협상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서 "납북자 문제를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는 일본 단체의 태도는 옳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역시 적십자회담 기간 일본 단체의 '돌발행위'가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논의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일본 단체가)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에까지 와서 시위성 행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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