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정계 진출 문제와 관련, 정치는 광야에서 혼자 살아남기와 비슷하다며 "참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유 장관은 2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설명회를 가진 뒤 한 식당에서 뉴욕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유 장관은 정 전 총장의 정계 진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치를 오래 해보지는 않았지만 하이에나가 왔다갔다 하는데 혼자 나무에 매달려 밤을 새워야 하거나 악어떼가 득실득실한 늪지대에 혼자 들어가 살아남아야 하는 게 정치 같다"며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우선 밝혔다.
이에 기자들이 "정 전 총장이 정치에 안맞는다는 얘기죠"라고 묻자 유 장관은 잠깐 생각하더니 "참... 안타깝죠"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유 장관은 "학교 다닐 때 정 전 총장의 강의도 듣고 해서 잘 알지만 정 전 총장의 정치 얘기가 나온 뒤에는 만나고 싶어도 (오해를 살까봐) 만나지 못했다"며 "서울대에 도움을 요청할 일이 있었는데도 찾아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정치인은 자기와 가까운 사람의 얘기를 듣게 돼있는데 이는 여론과 무관하기 쉽기 때문에 이 얘기만 듣다가는 망가진다"면서 "정치는 매력적인 직종이 못된다"며 정 전 총장의 정계 진출 문제와 관련해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유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대통령이 잘 하는데 국민들이..."라며 말을 흐린 뒤 "안타깝죠"라고 말해 안타깝다는 표현을 재차 사용했다.
유 장관은 참여정부에서 가장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는 양극화에 대한 정책수단을 제 때 마련하지 못한 것과 부동산 정책을 실기한 점을 들고 이 두가지가 가장 뼈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 문제를 조금 일찍 인식하고 어떤 정책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에 관한 정책 수단을 확보했어야 하는데 대통령 탄핵으로 중간에 시간이 지나갔고 문제를 인식한 뒤 정책적 판단을 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미시적 신용규제를 진작 썼어야 하는데 시간이 늦어버렸다"며 "정책수단이 있었는데도 이를 몰라 못쓴 것"이라면서 공무원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이제 제도들이 자리를 잡고 기득권을 주장하는 것이 일반화돼 개혁이 어렵게 됐다면서 그래도 개혁은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이와 함께 3불정책(고교등급제.대입 본고사.기여입학제 금지)과 관련해서는 이를 폐지할 경우 오히려 우리 교육 현실에서 커다란 혼란만 야기될 것이라면서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3불 정책의 폐지에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유 장관은 서울대를 예로 들면서 좋은 대학은 학생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지 성적이 좋은 학생만 뽑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대학 총장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협상이 타결될 확률이 50대 50인 것 같다"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통크게 양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 장관은 29일에는 뉴욕의 한국계 펀드매니저와 오찬을 한 뒤 컬럼비아대학의 코리아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30일에는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장애인권리협약 서명식에 참석해 협약 서명에 이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뉴욕=연합뉴스)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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