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는 14일 미 금융기관들에 대해 북한의 불법자금 세탁 혐의를 받고 있는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와의 직.간접적인 모든 거래를 금지토록 하는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BDA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재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마카오 당국은 그동안 BDA에 묶여있던 북한 자금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북한에 되돌려 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지난 2005년 9월부터 18개월간 진행해온 BDA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이날 회견에서 "BDA가 북한의 불법활동을 눈감아주려고 한 의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 "BDA는 수수료를 바라고 북한 고객들의 금융거래에 대해 감시나 통제를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레비 차관은 이어 미국의 모든 금융기관은 BDA에 계좌를 유지할 수 없으며 BDA는 직.간접적으로 미 금융체제의 접근이 금지된다면서 이번 조치는 30일 이후 발효된다고 밝혔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2005년 9월 BDA가 북한 계좌의 돈세탁 및 불법금융거래 의혹에 관여된 의혹을 제기,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함으로써 마카오 당국으로 하여금 북한계좌 50개, 2천500만달러를 동결케하고 BDA의 구체적인 불법활동 내역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벌여왔다.
이에 대해 북한은 동결된 BDA 자금해제를 요구하며 지난 2005년 11월부터 북핵 6자회담을 거부, 6자회담이 1년여 교착상태에 빠졌었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1월 베를린에서의 양자회담 및 3차례 북미간 실무접촉을 가진 데 이어 지난 2월13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6자회담에서 30일내 BDA문제 해결 등을 합의했었다.
재무부는 이날 발표에서 "BDA 북한계좌의 많은 소유자들이 미국 달러화 위조, 담배위조, 마약 등 불법거래에 관련된 북한기관들과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BDA에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돕는 기관과 연루된 활동 등 2005년 BDA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때 이상의 추가적인 불법금융거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재무부는 몇몇 북한 회사들은 BDA를 통해 수억달러를 돈세탁한 의혹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레비 차관은 "마카오 당국에게 이번 주 BDA 조사 결과를 전달할 것"이라면서 "마카오 당국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BDA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동결된 북한 자금 중 얼마가 해제될 지에 대해선 마카오 당국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언급을 피했으며 재무부의 조사 결과와 별도로 법무부가 북한의 불법활동 및 불법자금에 대해 수사할 지 여부도 답변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미 재무부가 마카오 당국에게 동결된 북한 자금 해제 규모를 결정하도록 돕기 위해 `고위험 계좌'와 `저위험 계좌'를 구분하는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들은 마카오 당국이 동결된 북한 자금 2천500만 달러 가운데 800만~1천200만달러를 해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북한의 `2.13합의' 성실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 2천500만달러 전부를 일시에 또는 단계적으로 해제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또 레비 차관은 북한과 불법적인 금융거래 의혹이 있는 다른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 있는 지에 대해 "국제금융권에서의 불법활동을 확인하고 국제금융권을 보호하는 것은 재무부의 일상적인 일"이라면서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슈퍼노트' 등 북한의 달러화 위조문제와 관련, "북한 당국이 연관된 `슈퍼노트' 등 달러화 위조 단속은 재무부가 계속 벌이고 있는 노력"이라면서 "달러화를 위조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사법처리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차관보는 BDA 제재 해제 가능성에 대해 "이번 조치의 목적은 돈세탁 위험 등 국제금융권의 위기요인을 확인하고 보호하는 것이지 처벌을 위한 게 아니다"면서 "30일 이내에라도 BDA가 장기적으로 책임있는 경영체제나 오너에게 인수되면 이번 조치를 기꺼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레이저 차관보는 또 "북한이 국제금융권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기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들을 협의하기 위한 북한과의 양자실무접촉을 계속할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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