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뢰 PD가 만든 MBC 미니시리즈 <궁s>는 기획 당시 한국 최초의 시즌제 드라마를 표방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궁s>는 시즌제 드라마가 아니었다. <궁>의 설정과 배경은 따왔으되 배우들이 전면 교체된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시즌제라는 간판만 내건 ‘변칙’에 불과했다.
시즌제 드라마의 매력은 동일 배우가 동일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데 있다. 배우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는 한 ‘시즌제’는 불가능하다. 길 그리썸 반장(윌리엄 피터슨 분)이 등장하지 않는
<궁s>가 <궁>의 성공으로부터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첫 회부터 내내 식상하다는 비판에 시달리는 이유는, 시즌제의 기본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시즌제를 통해 전편보다 더욱 풍성해진 에피소드로 찾아올 ‘익숙한’ 캐릭터들의 연기를 즐기고 싶어한다. 이미 전편을 통해 인물관계도나 캐릭터는 숙지했으므로, 그들이 빚어낼 다양한 조화가 더욱 궁금해진다. 새로운 설명 없이 바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고, 전편의 에피소드들이 현재의 줄거리와 겹쳐지면서 입체적인 플롯을 만든다.
그러나 <궁s>는 <궁>과 아무런 연속성이 없다. 전혀 ‘딴판’인 드라마였던 것이다. 익숙한 것은 플롯과 궁궐이라는 설정뿐이고 인물관계와 캐릭터는 새로 짰다. 일반적인 시즌제 드라마와는 정반대다. 결과적으로는 ‘뻔한’ 이야기구조만 남았다. ‘재미’의 요소는 모두 사라진 채 진부하고 낡은 껍데기만 이어받은 셈이다.
결국 시청자가 볼 ‘새로움’은 새 얼굴의 왕실가족들 뿐이다. 세븐의 연기력 논란은 이런 한계와 불만에서 비롯된다. 사실 세븐이 아닌 그 누가 ‘이후’라는 배역을 맡았더라도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주지훈과 윤은혜는 물론 주요 배역이 모두 <궁>과 동일하지 않은 이상, 시청자의 배신감을 피해갈 도리는 없었을 터다. 그들이 연기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미 첫 회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버린 <궁s>는 시즌제가 아니면서 시즌제를 표방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끝없는 시청률 추락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기획 당시 ‘궁’이라는 제목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 부터 캐스팅까지 논란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궁s>는 그 불안한 출발만큼이나 어두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궁s>는 어쩌면 한국에서는 시즌제가 불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마저 준다. 배우들을 안정적으로 쓸 수 없고 장기적인 플랜으로 드라마를 만들 수 없으며, 오직 순간의 시청률에만 일희일비하는 우리나라 제작 여건상 ‘시즌제’는 요원한 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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