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윤장호 하사 영결식 안팎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전사한 다산부대 고 윤장호(27.당시 병장) 하사의 영결식이 열린 5일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는 고인을 애도하듯 새벽부터 진눈깨비가 내리고 세찬 바람이 몰아쳤다.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꽃샘추위 속에서도 유족과 각계 인사, 군 장병 등 600여명은 영결식장 안팎에서 대한민국 군인이자 평화유지군으로 복무하다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영면을 기원했다.
장소가 비좁아 특전사 부대원들과 일반 조문객들은 영결식장 밖에서 윤 하사의 명복을 빌었다.
영결식은 군악대의 조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유해를 운구병들이 영결식장으로 운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고인의 약력보고까지 차분하게 진행되던 영결식 분위기는 동료 병사의 조사가 낭독되면서 무겁게 가라앉았다.
슬픔을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조사를 읽어내려가던 특전사 입대동기 엄선호(22) 병장은 파병 환송회식 때를 되새기며 "6개월 뒤 파병복귀 환영회식은 이 엄선호가 쏘겠다고 했던 나의 약속을 기억하느냐"고 말해 동료 장병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엄 병장은 "큰 형님처럼 의젓하게 하나하나 챙겨주던 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장호야! 하지만이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넌 멋진 동기였고 훌륭한 아들이었으며 자랑스러운 군인이었다는 것을..."이라며 전우를 가슴에 묻었다.
윤 하사가 입대전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HB어드바이저스 직원들은 '장호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리지만 밝고 효성 지극한 널 보면서 우리 모두는 스스로 반성하며 우릴 되돌아보게 했었지. 지금은 먼저가 하늘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걱정하지 마세요. 전 잘 있어요'라고 우리를 위로하는 걸 알지만 목이 메이고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구나"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영결식은 조사에 이어 종교의식, 헌화, 조총 및 묵념을 마지막으로 40여만에 끝났다.
윤 하사의 부모인 윤희철(65) 이창희(59)씨와 형 장혁(33), 누나 서연(30)씨 등 유가족들은 가끔 눈물을 훔치면서도 차분한 표정으로 윤 하사의 마지막길을 지켜봤다.
그러나 영결식을 마친 유해가 운구되자 어머니 이씨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아들의 운구를 부여잡고 오열해 조문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아버지 윤씨는 안장식을 마친 후 "사랑하는 장호의 죽음이 세계평화를 앞당기는데 헛되지 않길 바란다"며 "애도해준 국민에게 진실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씨는 장례기간 매일 두 세차례 시신보관실을 찾아 싸늘한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11년이나 떨어져 있어 한 달만이라도 매일 얼굴을 보고 싶었다. 집에 냉동실이라도 만들어놓고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해 장병들의 가슴을 울리기도 했다.
주변 친척들은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장례식을 치르는 윤 하사의 부모에 대해 "아마도 눈물이 말랐을 것"이라며 "가족들이 기독교 신앙심으로 슬픔을 이기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윤 하사 빈소에는 지난 2일부터 사흘간 군 장병 3천100여명을 비롯해 3천966명이 찾아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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