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최대지원국이었던 영국이 21일 이라크 주둔 영국군의 단계적 철수계획을 발표하자 미 정계에선 조지 부시 대통령의 미군 이라크 증파계획을 놓고 공방이 더 격화됐다.
백악관은 이라크 사태가 진전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한 반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 미군 증파계획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확인해주는 것이라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라크 주둔 영국군이 감축되더라도 5천500명의 병력이 여전히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 남을 것임을 언급하면서 토니 블레어 총리의 철군계획은 바스라에서 진전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노 대변인은 영국군이 담당해온 이라크 남부의 바스라 상황을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라크 전역에서 보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긍정 평가한 뒤 바스라와 바그다드의 상황은 다르다면서 종파간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바그다드에 대한 부시 대통령 미군 증파안 당위성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성명을 통해 블레어 총리의 결정은 미군 2만1천여명을 파견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구심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은 "영국군마저도 이라크를 떠나는 때에 왜 많은 미군들이 추가로 이라크에 파견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도 블레어 총리의 발표를 "부시 대통령의 고(高)위험 이라크 정책에 대한 깜짝놀랄 거부"라면서 "백악관이 아무리 조작하려고 해도, 영국정부는 부시 대통령과 갈라서기로 결정하고 철군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펠로시 의장의 카운터파트인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영국군의 감군은 "바그다드를 안정화시키려는 새로운 전략이 성공할 기회를 충분히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신호"라면서 민주당이 이라크 미군증파를 저지하기 위해 의회 권한을 활용하려는 것을 비판했다.
베를린을 방문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미영동맹은 긴밀하며 영국은 여전히 수천명의 병력을 이라크 남부에 잔류시킬 것"이라면서 "영국은 지금까지 이라크인들에게 치안책임을 넘길 수 있도록 임무를 완수했다"고 역설했다.
(워싱턴=연합뉴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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