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7일 팔레스타인 양대 정파인 하마스와 파타당이 출범시키려는 새 내각을 인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새 내각이 구성된 뒤 미국의 공식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예루살렘에서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을 만난 뒤 가진 회견에서 현재는 팔레스타인의 새 내각이 구성되고 있는 단계라며 그같이 밝혔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해온 미국, 러시아, 유엔, 유럽연합(EU)이 새 내각에 ▲이스라엘 인정 ▲무력(폭력) 투쟁 포기 ▲기존 협정 준수 등 3가지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출범할 내각이 이들 요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리브니 장관은 하마스와 파타당이 지난 8일 사우디 아라비아의 메카에서 체결한 권력공유 협정을 통해 국제사회가 제시해 놓은 3가지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새 내각은 이 요구를 완벽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올메르트 총리가 지난 16일 전화회담을 갖고 팔레스타인의 새 내각이 3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기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작년 1월 총선에서 파타당을 물리친 뒤 단독 내각을 가동했던 하마스는 최근의 메카 합의를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이 우호적으로 대하는 파타당과 함께 공동내각을 구성키로 했다.
하마스는 그러나 새 내각의 정책방향으로 이스라엘 인정과 무력투쟁 포기 계획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파타당 중심으로 이뤄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 사이에 체결된 협정을 존중하겠다고만 선언했다.
PLO와 이스라엘 사이에 체결된 협정에는 PLO가 이스라엘을 인정한 1993년의 오슬로 협정 등이 포함돼 있다.
파타당을 대표하는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이를 근거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봐 달라고 미국에 주문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정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합법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라크를 거쳐 17일 예루살렘에 도착한 라이스 장관은 18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압바스 수반을 별도로 만난 뒤 19일 올메르트 총리 및 압바스 수반과 함께 3자 회동을 갖는다.
압바스 수반은 라이스 장관에게 미국이 새 내각을 인정해 작년 3월 하마스 단독내각 출범 후 팔레스타인에 부과하고 있는 원조중단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압바스 수반은 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평화협상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올메르트 총리는 팔레스타인 새 내각이 3대 요구사항을 명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봉쇄제재를 유지해야 하고, 평화협상도 없다는 점을 라이스 장관에게 강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압바스 수반으로부터 조각 요청을 받은 이스마일 하니야 자치정부 총리는 17일 이르면 3주 안에 공동내각을 출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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